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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Oct 27. 2022

마음 챙김은 러닝으로부터

러닝으로 얻은 것

요즘 '마음 챙김'이라는 키워드가 화두다. 쉽게 말해 현재 내 감정이 어떤지를 자각하는 것인데, 감정은 생각의 결과이기 때문에 감정 상태에 대해 아는 것은 내 생각을 파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한다.



나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기 위해 마음을 챙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뭔가를 하기 싫다면 '내가 지쳐있구나' 하고 다독여주고, 흥분이 된다면 '지금 내가 의욕이 넘치는구나' 하고 응원을 한다.


러닝을 할 때도 나의 마음 챙김은 계속됐다.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다리가 천근만근이던 날, 나는 운동 끝나고 마실 '포카리스웨트'를 떠올렸다. 힘든 상황에 좋아하는 행위를 덧붙여 동기부여를 하는 것인데, 이 전략은 대부분의 경우에 먹혀든다.

  

6km는 달린 것 같은데 아직 5km도 다다르지 못한 상황이라면 나는 임시로 목표치를 수정한다. 원래 5km를 달리려고 했고, 이제 곧 목표 지점이 코앞이라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5km가 됐을 때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1km만 더 달리면 돼!"


거절을 못해 일을 다 떠안고, 무리를 해서라도 주어진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과거의 나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내 감정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게 나를 아껴주는 방법임을 이제야 깨우쳐가고 있다.


스포츠와 학문에는 끝이 없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직 나의 러닝은 현재진행형이기에 결과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소기의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내가 가진 힘을 초반에 다 쓰지 않고 나중을 생각해 분배할 수 있게 된 것,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속도를 조정할 수 있게 된 것, 편한 호흡법과 자세를 갖추게 된 것이 러닝의 수확이지 않을까 싶다.      


같은 동작을 무한 반복하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찾아낸 것도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새벽 6시에 졸린 눈을 비비고 나와 호숫가를 달리면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거나, 파란 하늘이 주는 청량감을 온몸으로 느끼면 왠지 오늘은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연보랏빛 하늘에서 주황빛 해가 스멀스멀 얼굴을 내미는 걸 보는 것도 나를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달릴 수 있는 두 다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졌다. 이 같은 하루하루의 작은 기쁨은 한 달 약 300km를 달리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운동을 하니 얼굴에 생기가 돌고 일상 전체에 활력이 생긴 것은 덤이었다.

      

러닝으로 인해 가장 힘든 인생의 순간 나는 해방감을 맛봤고, 다시 일어설 힘을 충전 중이다. ‘힘들지만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는 생각이 모여 10년, 20년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이제부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게 찾아올 시련을 마주해야지.     


여러분도 소중한 일상이 주는 감사함, 반복되는 행위가 쌓여 만드는 기적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다시 내 가슴을 뛰게 해준 달리기라는 스포츠, 옆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은 러닝메이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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