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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Oct 27. 2022

내 포트폴리오는 이제부터 시작

러닝과 인생의 공통점

“인생은 마라톤이다.”      


오래전부터 이 비유가 참 식상하다고 생각해왔으나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러닝과 인생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하루하루가 쌓여 1년, 10년, 60년을 만들 듯 뜀박질 한번이 쌓여 1킬로미터, 10킬로미터, 42.195킬로미터를 만든다. .


지금 이 순간 하는 일들이 미래의 나를 결정한다는 건 현재에 몰입해 살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러닝 후 물에 타서 먹은 영양 공급식품


미래를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고, 하루아침에 갑자기 잘 달릴 수는 없다. 비록 오늘의 내가 처참할지라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면 된다. 새로운 오늘을 맞이했을 때, 조금 더 성장하면 그뿐이다. 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오랜 시간이 쌓이면 그 자체가 멋진 포트폴리오가 된다.      


나의 경우, 러닝 훈련의 효과는 3개월 만에 가시화됐다. 맨 처음 러닝에서 완주도 못한 코스를 이제는 가뿐히 달릴 수 있게 됐으니까. 그때 함께한 동료들은 이전과 정말 달라졌다면서 엄지를 치켜올린다.  

   

러닝은 아주 긴 시간 단 하나의 점을 찍는 일이다. 붓을 들고 먹물을 찍어 화선지에 신중하게 난을 치듯 고고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완성된 점은 단순한 점이 아니다.


수십, 수백 차례의 시행착오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파도에 찍혀 바위가 깎이고, 산이었던 곳이 바다가 되는 자연의 변화처럼 거대하고 획기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점 하나를 찍는 것처럼 사소해보이고 반복적인 일을 할 때면 쉽게 자책한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이룬 것도 없는데 시간만 허비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회사를 다녔을 땐 일희일비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사에게 혼난 날엔 하루종일 우울모드였고, 칭찬을 듣기라도 한 날엔 자만해서 기본적인 걸 놓친 적도 있다. 몇 번의 주말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었을 땐 ‘대체 내가 왜 이러고 살지?’‘지금까지 뭘 했지?’ 하는 회의감에 휩싸였다.      



흡사 마음에 구멍이 송송 난 듯한 공허함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도 모른 채 떠내려가는 돗단배처럼 물 위를 떠다녔다.


 내 배에서 마음에 맞는 선원들을 만나 깃발을 팽팽히 세우고 항해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때의 고민 역시 점을 찍는 과정 중 하나였음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내 포트폴리오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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