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필 Feb 20. 2024

우리의 하루가 행복하게

온기 : 따뜻한 기운

강아지를 한 마리 기르고 있다. 유기견 보호센터에 있던 아이를 데려오게 되어 벌써 일 년 하고 세 달을 함께 지냈다. 처음 이 녀석을 만났을 때는 털도 지저분하고 냄새도 많이 났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톡, 하고 부러질 것만 같이 몸이 가느다랬었다.


  유기견 센터를 돌아보며  보호 중인 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참 아프다. 작은 철창 안에서 식사와 배변, 수면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잔뜩 긴장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아이는 제발 나를 데려가 달라는 듯 사람만 보면 반갑게 꼬리치고 안기려 드는 아이들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아이들은 모든 의욕을 잃은 것 같은 아이들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해서 짖거나 반기지도 않고 그저 또 구경이나 하다 지나가버릴 사람들이라는 판단을 내린 듯이 별다른 움직임도 반응도 없는 아이들이 있다. 유기견 보호센터를 많이 가보지는 못했지만 자주 갈 수는 없을 것 같이 느껴졌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의 이름은 '하루'다. 하루하루, 매일을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이기도 하고 하루하루 모든 날이 소중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었다. 하루는 유기견들 중에서도 뭔가 달랐다. 활발해 보이고 밝아 보였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그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는 건지 정말 긍정적이기만 한 건지 모를 만큼 밝아 보였다. '하루'는 이미 한 달이나 보호 중인 아이라고 했다. 한 번 입양이 될 뻔했으나 공고에 암컷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었던 터라 입양하러 오셨던 분이 기재된 내용과는 다르게 수컷이라는 것을 알고 거절을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털이 까매서 다른 갈색이나 흰색 강아지들보다 인기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하루'의 특징들과 상황들에 괜히 더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지금은 우리 가족에서 없어선 안 될 구성원이 됐다. 처음 집에 왔을 땐 낯설어하고 무서워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침대에서 자는 것이 익숙하고 타인이 우리 집을 방문하면 짖고 경계한다. 나나 아내 옆에서 배를 드러내고 잠이 드는 것도 일쑤. 우리의 얼굴이나 발을 한참이나 핥고 엉덩이를 우리 몸에 붙이는 것까지. 이제는 우리 부부 삶에 온통 하루가 물들었다.


  우리 둘만 지내던 집에서 이 작은 생명체가 하나 더 있다고 뭔가가 매우 달라졌다. 우리 둘 중 한 명이 집을 나가 있는 동안에는 집 안의 고요와 나 자신만이 존재하며 빈 공간과 시간을 온전히 느끼며 지냈어야 했는데 이제 그 시간과 공간에 하루가 있다. 하루는 우리를 총총 따라다니고 옆에서 졸기도 하고 간식을 주면 나도 먹고 싶어질 정도로 맛있게 먹는다. 걸을 때마다 장판에 닿는 발톱 소리도 착착, 물 마시는 소리, 대소변 보는 소리, 심심하다며 와서 핥는 촉감 모두가 우리 삶과 시간을 촘촘히 채워주고 있다.


  그 감각들 중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함께 끌어안고 온전히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우리 부부 외에도 포근하고 부드럽게 안겨서 따뜻한 기운을 주고받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참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다.


  우리와 '하루'가 함께하는 그 모든 하루들이 언제까지나 따뜻하고 행복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김치와 곱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