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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현 Oct 11. 2022

제 1화_마이야르 (Maillard)

호주 요리사 진로 도전인가? 아니면 도피인가?..  참 마이야르 하네

마이야르 (Maillard)


마이야르 반응은 12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더 많은 감칠맛을 내기 위해 요리 중 일어나는 반응이다. 


강한 불에 타지 않은 정도의 아름다운 갈색 빛을 겉에 입혀 강한 풍미를 배도록 해야 하지만, 구울 때마다 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애매함은 항상 문제다. 


30대에 5년 이상 잘 다니던 대기업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깜빡이던 순간 같이 지나간 시간. 끝을 보면 짧지만 순간만큼은 길었던 말레이시아에서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 그러하듯 그동안의 회사 생활을 되돌아보며 드는 생각이 많다. 


높은 온도에 지글거리며 익는 스테이크처럼, 불 같은 마감에 시달려 새벽 5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했던 날,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던 날, 업무로 인해 누군가와 생기는 다툼 등 모든 것이 사표 한 장에 끝을 맺고 드디어 레스팅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한 번쯤 순간을 피하기 위해 도피를 하기도 하고, 그런 모든 순간들이 쌓여 소중한 경험이 되며 그런 과거의 자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 주기도 한다.



물론 미래에 대한 걱정은 끝도 없지만, 하루하루 착실히 살아가면 적어도 평균은 가지 않을까 싶다.



회사를 다니며 밤새 배웠던 업무들은 호주에서 요리사 (셰프)가 되기로 결정 한 후 더 이상 나의 삶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매번 다가오는 월 말 마감은 그저 그런 월 말이 되었고, 해가 뜨는 내일은 단순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하루가 되어버렸다.



내가 던진 사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인지 아니면 현실에 대한 도피인지, 불 판 위에 스테이크를 구울 때 고기 겉 표면의 마이야르 색깔처럼 단정 짓기 애매하게 느껴진다.



내가 사표를 던진 이유는 내가 좋아하던 요리를 본격적으로 해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일과 눈에 보이는 앞으로의 미래가 싫어서 도피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참 마이야르하다.




사진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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