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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현 Oct 12. 2022

제 3화_엔 빠삐요뜨 (En Papillote)

호주 키친에서 일해 본 첫 날

빠삐요뜨 (En Papillote)



호주 주방에 셰프로 처음 일을 시작하기 위해 간 첫 날은 흥미로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셰프 모자와 옷, 앞치마, 신발과 나이프 가방 등 모두 짊어지고 식당으로 출발했다.



엔 빠삐요뜨는 식자제를 베이킹페이퍼로 잘 감싸고, 오븐에 넣어 베이킹과 스팀을 동시에 하는 요리 기법이다. 오븐에서 발생한 열이 베이킹으로 재료를 익히고, 페이퍼 속에 들어있는 재료들은 오븐의 열로 데워지며 발생하는 수분으로 스팀이 되며 재료가 익게끔 하는 요리 방법이다.



보통 빠삐요뜨는 생선 요리에 활용이 되며, 향긋한 허브와 레몬 등을 넣어 부드러운 생선 살과 감미로운 향이 잘 조화를 이룬 음식이다.


다만 오버쿡이 되지 않게 시간과 온도 조절이 중요하며, 내부 온도를 확인 하기 위해 온도계를 찔러 넣을 경우 속의 스팀이 빠져나가 요리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요리의 결과는 베이킹 페이퍼를 찢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엔 빠삐요뜨는 베이킹 페이퍼를 찢는 순간 올라오는 향에 우와 하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오고,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는 생선살은 입에 영광을 선사한다.



나는 셰프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알기 위해 엔 빠삐요뜨의 베이킹페이퍼를 찢는 마음으로 직접 레스토랑 주방에 취업했다.


처음 들어와본 주방은 생각보다 낯설었다. 많은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모든 것들이 컸다.


프라이팬, 오븐, 가스레인지, 믹서, 등등 집에서 사용하는 것들과 다르게 크기도 컸고 힘도 훨씬 강력했다 그리고 주방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예정 시간보다 10분 일찍 와서, 셰프복을 잘 차려 입은 나는 가만히 헤드셰프가 오길 기다리며 기웃 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다가오는 헤드셰프를 보았다, 생각보다 좋은 인상을 지닌 사람이고, 대화를 몇 마디 나눠보니 성격도 괜찮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 한 이곳은, 브런치를 주로 만드는 카페였기에 아침 일찍 프렙을 시작해야했다.


프렙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당근 껍질을 벗기고, 닭에 반죽을 묻혀 슈니첼을 만들었다. 손님이 오기 전 샐러드를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야채들을 수 셰프와 함께 준비하였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수 셰프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오랜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코로나로인해 문닫은 가게를 나오고 잠시 카페에 일하고 있는 셰프였다.


파인다이닝에서 일한 경력이 많았기에, 재료 손질을 할 때 동작 하나 하나가 군더더기 없는 예술 같았고 이 사람과 같이 더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주방에서 요리하며 느끼는 재미 중 하나는 완성 된 음식을 맛 볼 때이다. 물론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고, 요리의 간이 잘 되었는지 혹은 알맞게 조리가 잘 된 건지 확인 하는 과정이었기 조금씩 자주 먹는다.


첫 날이라 오전에 잠깐 요리하는 과정이 끝나고 설거지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정말 많은 양의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었다.


특히 치즈와 크림이 들어가서 늘러 붙은 것들은 철 수세미로 박박 밀어야 벗겨지기에 힘이 많이 들었지만 어마어마하던 양의 설거지 거리도 하나 둘씩 청소하다보니 결국엔 다 사라졌다.


주방에서의 요리사로서 첫 날이어서 그런지 육체적인 피로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너무 힘들거란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지 기대에 비해 덜 힘들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재미있었기에 내가 연 첫 날의 엔 빠삐요뜨는 다행스럽게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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