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민 Oct 08. 2022

당신이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Prologue

“MBTI가 뭐예요?”


최근 일이 년 사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 중 하나. 검사 자체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은 줄곧 있어왔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과거 유행하던 혈액형보다는 훨씬 그럴듯하고, 검사를 위한 질문지는 언뜻 전문적으로 보이기도 하며, 검사 결과를 보면 실제 성격과 맞닿는 점이 꽤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적이기도 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에 대해 줄줄이 말하는 시간과 과정은 알파벳 단 네 자로 충분히 대체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특히 MZ 세대가) 이것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단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MBTI를 묻고 답하는 행위 자체만 놓고 보자면 타인에게 나를 알리고 또 타인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 아닐까. 인터넷이 범용화 되고 SNS가 생활의 필수 요소가 되며, 우린 그 어느 때보다 남들과 밀접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실제로는 모르는 사람이고, 물리적으로 자못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디지털 사회에서 우린 모두 아는 사이인 것이다. 그러니 우린 우리의 ‘친구’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 심지어 어디에 자주 가는지도 궁금해한다.


4년 전 즈음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장소를 묻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그들이 나고 자란 동네에서 손수 추천한 곳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거주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고, 정작 연고가 없는 곳에 자신만의 비밀 장소를 갖고 있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래서 범위를 조금 더 넓혔다. 단지 좋아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물었을 뿐인데, 그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애써 60가지 문항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비동의하는지 묻지 않아도, 그 사람의 취향과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MBTI 대신 이것을 물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