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성난소증후군의 숨은 실세, 인슐린을 이해하자!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이야기할 때, 나는 늘 인슐린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처음에는 “혈당이요?” 하고 되묻는 분들이 많지만, 몇 마디 더 나누다 보면
“그럼 저는 당뇨가 있다는 건가요?”
혹은
“살이 쪄서 그런 거겠죠?”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하지만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미묘하고 복잡하다.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과 인슐린 저항성의 관계는 복잡하다. 예전에는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여드름이 심한 여성에게 PCOS를 의심해 보라는 정도의 지식이 전부였다. 깊게 공부하기 전에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난소와 이렇게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PCOS 환자의 절반 이상, 어떤 연구에선 환자의 70% 이상이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인슐린 저항성은 단지 비만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료실에서 나는 종종, 체중이 정상이거나 오히려 조금은 마른 분들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분명한 PCOS를 마주하게 된다.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인슐린 저항성이야말로 PCOS를 이해하는데 핵심 열쇠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단순히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수 없고, 또 해결할 수도 없었다
우선은 이렇게 중요한 인슐린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1. 혈당 조절: 인슐린은 세포의 문을 열어서 혈액에서 포도당을 흡수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저장하게 돕는다. 식사 후 혈당이 상승하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을 정상 범위로 유지하게 한다.
2. 에너지 저장: 인슐린은 간과 근육에서 글리코겐 형태로 포도당을 저장하게 하고, 지방세포에서 지방을 합성하고 저장하게 한다.
3. 지방 대사: 인슐린은 지방 세포가 지방산을 분해하는 것을 억제하고, 지방산의 합성을 촉진한다.
4. 단백질 합성: 인슐린은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여 근육 형성에 기여한다.
**즉, 인슐린은 혈당 관리인 동시에 에너지 저장과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대사 조정자'**이다.
문제는 세포가 이 인슐린의 신호에 더 이상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이 현상을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라고 한다.
세포 입장에서 보면, 인슐린이라는 '열쇠'가 문을 여는 데 점점 효과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췌장은 세포의 문을 열기 위해서 점점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고, 우리 몸은 고 인슐린 상태로 전환된다. 그래서, 겉으로는 혈당이 정상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된 '위장된 안정' 일 뿐이다.
이 고 인슐린 상태는 난소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슐린은 난소의 테카세포(theca cell)를 자극해서 남성호르몬(testosterone) 생성을 촉진한다.
그 결과, PCOS의 대표적인 증상들이 나타난다;
배란장애: 배란이 되지 않아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생리가 멈춘다.
여드름과 다모증: 안드로겐 과다로 인해 털이 많았고, 여드름이 심해진다.
난소 초음파상 다낭성 소견: 배란되지 못한 미성숙 난포들이 고여 있는 모습
내가 진료실에서 PCOS 환자를 만날 때, 인슐린 수치 및 당뇨검사등의 수치를 검사하 자고 하면, 환자는 생리 문제를 해결하러 왔는데 왜 혈당을 봐야 하는지 반문하곤 한다. 환자들이 그렇게 질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나도 이 PCOS를 잘 몰랐을 때는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못했었다.
진료실에서는 종종 **HOMA-IR(Homeostatic Model Assessment of Insulin Resistance)**이라는 지표를 사용해 인슐린 저항성의 정도를 수치로 보여준다.
HOMA-IR = (공복 인슐린 μIU/mL × 공복 혈당 mg/dL) ÷ 405
예를 들어, 공복 인슐린이 12 μIU/mL이고, 공복 혈당이 95 mg/dL이라면, HOMA-IR은 (12 × 95) ÷ 405 = 2.81이다. 일반적으로 HOMA-IR 수치가 2.5~3.0 이상이면 인슐린 저항성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BMI가 높은 여성에서는 더 민감하게 수치를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환자에게 말한다.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에요. 지금 당신 몸이 인슐린에 얼마나 저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다행히도, 이건 바뀔 수 있어요.”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을 찾는 것은 복잡한 과정이다. 유전적 요인, 비만, 생활 습관, 스트레스, 염증 등 다양한 요소가 관여한다. 때로는 인슐린 저항성이 PCOS를 유발하는 것인지, 아니면 PCOS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1. 유전적 요인 :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2. 비만 : 복부 지방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인슐린 신호 전달을 방해한다. 특히 내장 지방은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으로 인해 지방 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이상해지면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이 감소한다.
3. 생활 습관 요인
운동 부족: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부족하면 인슐린 민감성이 감소하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근육량이 적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 고칼로리, 고 당분, 고지방 식단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특히 정제 탄수화물과 당분이 많은 식단은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여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한다.
4. 호르몬 불균형: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코티솔 수치를 증가시키며,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
5.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염증: 만성 염증 상태는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를 방해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인슐린 수용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화 스트레스: 자유 라디칼의 과다 생성은 세포 손상을 유발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한다.
6. 대사 증후군: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복부 비만 등 대사 증후군의 구성 요소는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7. 기타 요인: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인슐린 민감성을 저하시키고 체중 증가와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인슐린 민감성이 감소할 수 있고, 이는 부분적으로 근육량 감소와 신체 활동 감소와 관련이 있다.
PCOS는 단순히 난소에 난포가 여러 개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대사 이상과 호르몬 교란이라는 복합적인 흐름의 고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단지 생리 주기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때때로 환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식사는 어떤지, 활동량은 얼마나 되는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 , 그리고 잠은 잘 자는지. 이 모든 질문은 결국 몸 전체의 조화를 보기 위한 시도다.
PCOS와 인슐린 저항성은 우리 몸의 시스템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인슐린 저항성이 남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그것이 배란을 억제하며, 배란장애는 다시 호르몬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그 결과는 여드름, 체중증가, 불임, 당뇨병 위험 증가라는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한 가지 문제가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그것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생리를 유도하는 약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뒤에 숨어있는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실세를 함께 다뤄야 한다.
PCOS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각기 다른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타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가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하나씩 짚어보며 함께 정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