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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un 13. 2024

상어를 보면 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기 상어 뚜르르뚜르

상어, shark

스쿠버 다이빙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세 가지 있다.

1. 상어 나오면 어떡해요?

2. 산소통 메면 숨이 쉬어져요?

3. 수영 못해도 되나요?


뭐 3번을 먼저 묻는 사람도 있고 1번을 먼저 묻는 사람도 있다. 일단 1번은 좀 이따 대답하는 걸로 하고, 2번은 산소통이 아니라 '공기통'이다. 산소통은 공업용 산소나 의료용 산소로 많이 쓰일 텐데 바다에서는 일상 생활 하듯 공기를 마셔야 하니까 공기가 들어간 <<공기통>>을 달고 들어간다. 다이빙하기 전에는 산소나 공기나 하며 아무 말이나 했는데 시작하고 나니까 이 용어 사용에 매우 매우 예민하다. 도서 '상어가 빛날 때'의 번역에 작가가 ‘산소통’을 메고 바다에 들어갔다고 적혀 있어서 출판사에 번역이 잘못됐다고 수정 건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옆사람은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고개를 저었지만)


공기통 무게는 약 18kg 정도. 공기를 200 bar압축해서 넣으면 2.7kg 그램, 빈탱크는 15kg 정도의 무게이다.  물속에선 무게가 느껴지지 않으나 지상에서는 다소 무겁다

3번 수영은 못해도 가능. ‘공기통’을 메단 부력 조끼에 공기를 넣으면 둥둥 떠다닐 수 있으니 손발만 휘저을 수 있으면 가능, 뭐 손 발 중 하나만 휘저어도 가능.


그리고 대망의 1번 '상어를 만나면 어떡하나요!!'에 대한 대답.


상어를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일단 침착하게 호흡을 한 뒤 가지고 다니던 다이빙용 나이프를 꺼내요.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버디의 허벅지를 살짝 찔러(죽지는 않을 만큼) 피를 낸 다음 버디를 제물 삼고 나는 도망가면 됩니다요.


라고 하면 다들 눼에!???? 하고 놀란다.


네 그래요. 농담입니다. ㅋㅋ


일단 사람을 해치는 상어는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죠스에 나온 백상아리, 청상아리, 타이거 샤크 정도??


죠스 포스터, 죠스에 나온 상어는 백상아리이다.

다이빙을 하면 이 무서운 친구들이 있는 곳은 잘 안 갈뿐더러 상어들이 사람을 공격할 땐. 첫째, 그게 먹이인 줄 알고 공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퍼들이 서핑을 할 때 서핑보드와 사람이 마치 물 위에 물고기처럼 보일 때 확 하고 해치는 경우이다. 둘째, 다이버가 무리하게 쫓아가거나 랜턴으로 괴롭히거나 우연히 상어가 먹으려는 먹이 근처에서 엄청나게 알짱거릴 때이다. 이런 상어 물림 사고는 1년에 몇 번 정도 있다. 작년에 전 세계 통틀어 57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건 아마 누가 지나가다가 머리 위에 영문 모를 화분이 떨어져 죽을 확률보다 낮을 것이다.


그리고 상어는 물속에서 사람을 맛있게 먹어보지 않은 이상 사람의 피에 반응하지 않는다(얘네는 사람 고기를 맛있어하지도 않는다. 씹으면 맛이 없어서 퉤 하고 뱉는다). 처음으로 사람의 피 냄새를 맡으면 묘하고 비릿한 냄새 정도로만 인식한다. 문어나 잭피시 냄새를 풍기면 미친 듯이 달려들겠지만 사람 피 냄새는 ‘잘 모르는 낯선 냄새’이기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는다.


그래서 바다에서 상어 만나는 건 대체로 괜춘하다.


아, 47미터 아래로 내려가서 흉폭한 애들 자극해서 철창 속에서 상어 보는 체험하는 건 제외하고..

말도 안 되는 설정에 다이버들의 공분을 산 영화 '47미터'

내가 처음 상어를 본 건 몰디브였다.

그레이 리프 샤크는 약간의 조류가 있는 협곡에서 자주 보였는데, 상어 한 마리가 지나가면 그 뒤에 또 약간 작은 상어, 또 비슷한 상어 이렇게 같이 몰려다녔다. 그야말로 상어 가족인 것이다.

그레이 리프 샤크(Grey reef shark), 몰디브에서 찍은 사진이 안 보여 하와이 리프샤크 사진으로 대체함. 출처 : fishillust

큰 개체는 다이버를 주시하며 슉 하며 지나가고 그 뒤를 작은 애들이 총총 헤엄쳐간다.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 저절로 상어가족이 떠오른다.


'상어 가족 뚜르르뚜르 귀여운 뚜르르뚜르 사냥꾼 뚜르르뚜르 상어가족 아빠 상어 뚜르르뚜르'


할머니 상어가 정말 존재하는지, 진짜 아빠 상어인지 친척 상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고 작은 아이들이 같이 다니는 걸 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물론 가까이 올 것 같으면 무섭겠지만.


정말 크고 그래서 너무 놀랐지만 하나도 안 무서웠던 건 너스샤크였다.

모래에서 쉬는 걸 좋아하는 너스샤크(Nurse shark)

너스샤크은 너무너무 순한 상어로 20마리에서 40마리 정도가 떼로 돌아다니다가 모래더미에서 쉬는 걸 좋아하는데 그때 서로의 몸을 포개며 자는 게 특징이다.


너스샤크와 함께 휴식하는 다이버들. 출처 : 곰스쿠버 다이버

이렇게 옆에 가서 누워있으면 그냥 같이 쉴 수 있다.


그때까진 겁쟁이 다이버여서 누워서 자는 너스샤크에게 어깨동무를 하지 못한 게 아직도 한이 된다.(아니다 사실 물속에 있는 애들은 절대 만지면 안 되는 게 다이빙의 제1법칙이다.)



한때 다이버들에게 화제였던 ‘나의 문어선생님’에서 주인공이었던 문어 선생은 상어에게 잡아먹혔다. (스포라면 미안합니다)

문어 얘기도 잔뜩 하고 싶지만 문어 선생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고,

이 문어 선생을 잡아먹은 상어는 파자마상어라고 하는데, 이름처럼 파자마 무늬인 검은 얼룩이 몸 전체에 매력적으로 새겨져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파자마상어가 문어선생을 먹는 장면을 보고 동료 다이버는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그리고는 저녁에 문어를 삶아 먹었다지)

파자마 상어(Pyjama shark) 또는 스프라이프트 캣샤크(Striped catshark) 출처 : Guido Zsilavecz. wikipedia

문어 선생 다큐를 찍은 크레이그도 문어가 죽어가는 장면을 보며 매우 슬퍼하지만 상어를 원망하진 않는다.

사실 크레이그는 문어뿐만 아니라 상어에게도 어마어마한 애착이 있었다. 다큐에서는 다루지 않은 무수한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바다의 숲’에 파자마 상어와 케이프 반도에 살던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나온다.

책에는 파자마 상어의 알이 얼마나 투명하고 이쁜지, 그리고 그들의 생식과 휴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놨다. 파자마 상어도 어린 개체는 다른 종류의 큰 상어에게 잡아먹힐 수 있어 아주 잘 숨어 있으며 어른 파자마 상어와 함께 생활하며 삶을 이어 나간다. 파자마 상어가 문어를 먹는 건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지 좋음과 나쁨, 옳고 그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어가 먹혀야 파자마 상어가 살고, 또 파자마 상어가 어딘가에서 죽고 흩어져야 미생물들이 그들을 먹고 산다.


토끼를 좋아하는 조카가 말한다. 토끼를 잡아먹는 호랑이는 나빠.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니 토끼를 잡아먹어야 호랑이도 먹고살지. 나쁘고 좋은 게 아니야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모기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암컷이 피를 빨아먹는 거고 개미도 먹이 활동을 해서 여왕님에게 먹을 걸 갖다 줘야 알을 낳으니까 열심히 돌아다니는 거야.


바다를 보면서 내가 세웠던 옳고 그름의 기준이 얼마나 좁았는지 다시 생각한다. 무서움도 나쁨도 이상함도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자 나의 기준이다. 바다생물들은 쉬익 쉬익 이상한 소리를 내는 다이버들이 더 무섭고 이상하고 소란스러울 것이다. 바다에서는 수컷이었다가 암컷이 되는 물고기도 있고, 똥꾸멍 하나로 먹고 싸는 생물도 있다. 그건 이상하고 더러운 게 아니다. 원래 그런 거다.

이상하고 나쁘고 무서운 게 세상에 과연 있는 것인가? 누가 규정하는 것인가? 그 기준은 과연 옳은 것인가?


알고 이해하면 넓어지고, 그러면 더 관대해진다.



결론.

상어는 나쁘지 않다. 상어는 무섭지 않다.


상어들은 아마 자신들을 흉폭하게 생각하게 한 이놈의 죠스영화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을 거다.


자 그래서,

상어를 바다에서 만난다면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

정답은 일단 등을 보여서는 안 되고 몸을 수직으로 세워서 세로로 길게 좍 펼치고 몸을 크게 보이면 일단 자기보다 큰 줄 알고 도망갈 수 있다. 근데도 도망가치 않고 코를 들이댈 때 건전지가 있으면(있을 리가 없지만) 상어 코에 건전지를 빡 들이대던지 아니면 내쪽으로 오는 상어의 코를 살짝 잡고 방향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된다.(ㅎㅎㅎ 이게 되려나)



다음 바다에서는 망치상어를 만나고 싶다. 그게 언제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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