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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쁜 그미 Oct 11. 2024

12주의 여정을 마치며

아티스트웨이로 시작해 본 인생 제2막 준비

7월 12일부터 12주간, 나는 책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에서 제안하는 도구들을 성실히 따라하며 조기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방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도구들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회고록: 과거의 나를 용서했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 구절을 읽고 울어버렸다.

"당신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더 크고 다채로운 사람임을 깨달았기를 바란다."

나의 인생을 12주에 걸쳐 회고하였었다. 때로는 고통스러웠고, 때로는 과거의 내가 싫었다. 후회없이 살겠다 다짐해왔고 여태 그런 줄 알았지만, 자세히 돌아보니 후회할 것들 투성이였다. 잘못 산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고를 하며, 걸어온 길이 좀 못났더라도 나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미래의 70살 먹은 나는, 지금의 나보다 나를 더 인자하게 바라봐주고, 나의 무지한 실수와 서툰 행동들을 용서해줄 것 같았다. 미래의 나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는 세상 심각했던 일들이, 나를 뒤흔들었던 일들이 지나고보니 별 것 아닌 것에 놀라웠다. 기억도 바로 안날 정도로 희미해진 것들도 있었다. 결국엔, 다 괜찮아질 것이다. 



모닝페이퍼: 알아차림, 스스로 해답을 얻는 가장 빠른 길.


일어나자마자 큰 노트에 세 쪽씩, 뭘 쓸지 생각하며 쓰는게 아니라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옮겨적었다. 총 84일 동안 8일을 쓰지 못했고, 3일은 두 쪽만을 채웠다. 나는 아티스트웨이를 끝낸 뒤 며칠에 걸쳐 노트 두 권을 다 읽었다. 그 속에는 혼자 고민하다가도 답을 찾아내고, 혼자 속상해하다가도 관점을 바꾸고, 스스로를 혼내다가도 위로하고 응원하는 내가 있었다. 나도 모르는 나의 속내, 잊고 살던 기억, 깊고 깊은 성찰들이 있었다. 언젠가 마음이 힘들어지거나 고민이 생기면 다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닝페이퍼를 통해 알아차림의 경험을 얻기도 했다. 잠이 덜깨서인지 별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이라 그런지,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간혹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은 그냥 노트로 바로 가서 글씨가 되었고, 나의 마음은 평온했다. 이런게 명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 잠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싫어서 8시 출근하는 회사는 이력서도 넣지 않던 사람이다. 그랬던 내가 아침마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기분을 맛보고 나니, 이젠 아침에 끄적이는 시간이 좋다. 아티스트웨이 이후로도 아침 일찍 일어나 음악 노트에 짧은 모티브를 작곡하고, 오늘의 할일을 쓰고, 그 순간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들을 꺼내어 나열해놓고 있다.



산책: 햇살과 자연을 느끼게 되었다. 


자연은 시골에만 있는 줄 알았고, 햇볕은 피부의 적으로만 생각해왔었다. 휴대폰 없이 걸어보는 주기적인 산책을 통해 햇살과 동네 걷기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머리가 복잡할 땐 산책을 통해 평온해졌고, 여유있을 때 산책을 하면서는 창의적인 생각들이 떠올랐고,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빛과 식물들을 보며 생명력을 느꼈다. 이제는 이틀에 한 번, 1시간씩 zone 2 training을 하기 시작했다. 가급적 볕이 있는 시간에, 천을 따라 걸으며 건강도 챙기려 한다.



아티스트데이트: 나를 위해 내어주는 시간


나에게는 제일 어려운 과제였다. 평일에는 회사의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주말에는 가정에 충실한 사람으로서 매주 시간을 내어 혼자 어디를 다녀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서, 조금 일찍 퇴근하고 근교에 가본게 대부분이었다. 결혼 전에는 혼자 잘 돌아다녔던터라 어딜 가든 몰입해서 잘 구경하고 왔지만 시간을 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좋은 영감을 준다.




12주간 내가 현재 직장에서 취해야하는 것과 은퇴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면서 은퇴를 대하는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졌다. 은퇴 후에는 돈과 명예, 커리어를 좇는 직업이 아닌,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조금 더 선명해져서, 마음 흔들림 없이 확고하게 실행해볼 것들이 많아졌다. 은퇴 후 매일 충분하게 즐기는 취미 활동이 삶의 반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길을 찾게 될 수도 있겠지만, 어느 길로 가더라도 즐겁게 행복을 안고 꾸준히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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