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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쁜 그미 Sep 13. 2024

새로운 나를 찾는 9주차의 기록

노트북 구매가 위대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 느끼다.

매주의 루틴 - 모닝페이퍼(매일), 아티스트데이트(1시간), 산책(20분×2회)

해야하는 일들만 끝내기에도 벅찬 한 주였다. 모닝페이퍼와 산책도 그런 일들 중 하나로 아무 생각 없이 루틴하게 해나갔다.

아티스트웨이는 내가 지금 보는 책 이외에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샵'이라는 부제가 달린 버전도 있는데, 거기에는 9주차에 여태까지 쓴 모닝페이퍼를 읽어보는 과제가 있단다! 내가 보는 책을 훑어보니 같은 과제는 없는 것 같다. 12주가 끝나고 나면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한다.

아티스트데이트는 2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서울공예박물관이었다. 8주차에 평소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아티스트데이트를 해보는 과제가 있었는데, 반차를 내기 위해 한 주 미루어 하게 되었다. 인사동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고 전시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28~30세의 삶을 회고했다. 

여태까지 인생을 너무 달려왔다고 깨달은 시점이었다. 퇴사와 단기 어학연수를 반년 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3개월 간 낯선 나라에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쉬자고 와놓고서는 본성은 못버리는구나 생각했다. 귀국해서 재정비와 구직을 하는 동안 죄책감 없이 게임도 엄청나게 했다. 그 때가 게임을 즐긴 마지막 기억인 것 같다. 이후 외국계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서 좋은 경험을 했다. 긴 연애를 끝냈고, 돈을 모아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갔고, 취미로 트럼펫과 해금을 짧게 배워보았으며 그 이외에 특별히 의미있는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인생의 암흑기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기억을 하는게 유쾌하지 않았다.



동시성: 바로 그 곳에, 마침 그 때에, 우연히 있는 듯 보이는 것

아주 작고, 위협적이지 않으며, 바로 내 앞에 있는 일을 하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몇 달 내에 구매할 노트북의 모델 후보를 정했다. 여기에는 굉장히 여러가지가 엮인 동기가 있었다.

- 집에 있는 pc와 사야할 pc의 용도 정리를 해야겠다는 글을 모닝페이퍼에 쓰게 되었다. 곧 회사 렌탈 노트북을 반납하고 노트북 구매비를 지원받기 때문이다.

- 이번 주 과제 중에 내가 꿈꾸는 큰 행동을 위한 작은 행동 목록에 "피아노에 앉아 재즈피아노 강의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와 "매일 10분만 일러스트 책을 펴놓고 무작정 따라그린다"가 있었다.

- 문장 완성 과제 "내가 시작하도록 마음을 끌 만한 작은 선물은 _____이다."에는 '아이패드'를 적었다.

이 모든 것을 의식하고 한 것은 아니었고 완전히 독립된 사건들이었는데, 모든 것이 '펜슬 사용이 가능한 휴대용 pc'로 향하고 있었다.

노트북을 사면 작은 방 피아노에 앉아 강의를 들으며 연습도 하고, 부엌 식탁에 앉아 디지털 드로잉을 해볼 수 있다. 엄청난 일이 시작될 것 같은 신나는 기분이 든다. 산책하면서는 인스타툰을 그리는 나를 상상했다.



나를 기다려주기로 했다.

타인을 위해서는 쉽게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는 거의 해본적 없는,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할 일 10가지를 작성했다. 지금 괜찮은건지 자주 묻기, 작은 일을 해낸 것에 감사하기, 다 잘하지 않아도 잘한 점을 찾아서 칭찬해주기 등등 스스로를 뜨끔하게 하는 것들이 리스트업 되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충분히 기다려주기'였다. 요즘은 회사일이 아주 바빠져서 업무 시간에 쉴 틈이 없다. 저녁엔 꽤나 지쳐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유난히 피곤하게 느껴진다. 신랑과 주말 러닝도 시작했다. 빨리 시작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지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퇴근 후 실용음악과 수업을 놓치지 않고 듣고 있으니, 시간 여유가 생길 때까지 보채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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