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는 취미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로 결심하다.
매주의 루틴 - 모닝페이퍼(매일), 아티스트데이트(1시간), 산책(20분×2회)
모닝페이퍼를 쓰는 시간은 알아차림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나니 한결 더 알아차리는 시야가 넓어지고 편해진 느낌이다. 업무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두 장 가까이 써내려간 적도 있는데, 분명 머리에는 '분노'의 감정이 떠오르는데 내 마음은 하나도 동요되지 않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덜 깬 잠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A에 대해 쓰는 도중에 B의 생각이 나기 시작하면 A 관련 문장에 B 관련 단어를 나도 모르게 써버려서 문장이 잘못될 때가 꽤 있다.
아티스트데이트는 조금 거리가 있는 호수 공원에 다녀왔다. 3주차 회고록으로 음악과 유대감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봤는데, 촬영 장소로 호수 공원이 종종 나왔어서 한 번은 다녀오고 싶었다. 그 날은 사회 생활 중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불편함을 이겨낸 직후였는데, 나 자신이 싫고 그 상황에 대한 짜증이 절정이었다. 호수변을 걸으며,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다양한 사람들, 분수, 새들을 보며 그러한 생각과 감정들은 증발하듯 서서히 사라졌다.
요즘 일이 바쁘다보니 산책은 거의 의무적, 기계적으로 나갔다. 업무 중 점심 식사 후, 머릿속이 뿌연 상태라 멍 때리며 별 생각없이 마냥 걸었다. 더위나 자외선 등 볕을 쬐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사라졌다. 산책도 아티스트웨이 끝나면 안하려고 했는데, 일주일에 10분씩 2번은 햇볕을 받아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이다.
25~27세의 삶을 회고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사는 곳도, 인간관계도, 기쁨을 주는 원천도 거의 바뀌게 된 시기이다. 내 인생의 항로를 바꾸자마자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생활 수준이 바닥에서 보통으로 올라가면서 내가 겪는 경험, 사람, 감정, 생각 모두 급속도로 평화롭고 안정적인 수준이 되어갔다. 회사에서 직무가 명확해지면서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그것을 내 능력 안에서 조금씩 채우기 시작했다.
아하: 겉보기에는 난데없이 불쑥 떠오르는 것 같은 통찰이나 깨달음
모닝페이퍼를 쓰던 중에 불현듯 은퇴 후의 방향을 정리했다.
취미를 취미의 고유성을 가진 존재로 그냥 두기로 마음 먹었다. 대신에 나는 취미 활동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취미는 그저 나를 즐겁게 해줄 것이고, 새로운 배움은 앞으로 나아감을 느끼게 하여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직업 활동의 비율은 내 인생에서 아주 적어질 것이지만, 취미가 채워주지 않는 다른 종류의 성취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 타인과의 교류, 인정, 금전적 보상을 채워줄 것이다.
취미로 자꾸 뭘 하려 조바심내지 않고 그냥 혼자 몰입해서 즐기는 무언가로 두겠다는 결론이다.
동시성: 바로 그 곳에, 마침 그 때에, 우연히 있는 듯 보이는 것
아티스트웨이를 시작하기 위해 도서 구독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오디오북이 가볍게 듣기 좋은 것 같아서 카테고리 상단에 우연히 뜬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완독했다. 이 책은 20대 초반, 한참 음악이라는 꿈을 향해 몰두해있을 때에 바쁜 와중에도 졸면서 읽어본 책인데, 그 때는 하나도 와닿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져 집중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수없이 말하는 '지표'가 아티스트웨이에서 매주 의식하라고 말하는 '동시성'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10여년 연금술을 공부만 해온 사람이 진짜 연금술사를 겨우 찾아내어 연금술을 배우기 위해 그를 찾아다녔다고 말하자, 연금술사는 직접 한 번 해보라고 말한다. 나도 행동할 때라고 생각해서, 작곡한 곡을 과제로 제출해야하는 수업을 하나 듣기 시작했다.
다 읽고 다른 오디오북을 고르던 중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이라는 도서를 하나 발견하여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무려 김주환 교수님 번역! 이 책을 다 읽으면 어떤 새로운 것을 '알아차리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