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쁜 그미 Sep 27. 2024

새로운 나를 찾는 11주차의 기록

은퇴 D-day를 정하다.

매주의 루틴 - 모닝페이퍼(매일), 아티스트데이트(1시간), 산책(20분×2회)

일주일에 이틀 정도 재택을 하는데, 요즘들어 재택을 하는 날은 늦게 일어나게 되어 모닝페이퍼를 충분히 쓰지 못할 때가 많다. 재택이라도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켜서 시작해야하다보니 글을 쓰다가도 출근 시간이 되면 노트를 덮어야 한다. 이제 일주일 밖에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마지막 한 주는 노트를 잘 채워나가고 싶어졌다. 아티스트웨이가 끝난 후에는 아침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도 정해보려고 한다.

지난 주 아티스트데이트 과제인, 나의 과거 기억을 의식적으로 좇는 ‘기억하기’ 아티스트 데이트를 이번 주에 했다. 퇴근 후 버스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10년 전 살던 동네를 갔다. 첫 직장이 사옥으로 이전을 하면서 나도 따라 이사를 한 것이었다. 기억이 워낙 희미해서 내릴 버스 정류장을 결정하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그마저도 버스를 내리려고 보니 생각했던 곳보다 한 블럭 지난 곳이긴 했지만. 얼핏 아는 곳이 보일수록 슬픈 느낌이 밀려들더니, 버스에서 내리자 울컥했다. 와보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것은 확실했다. 나름 4년 가까이 산 곳인데 언덕이 이렇게 높았나, 이렇게 다닥다닥 가게가 많았나, 시장이 이렇게 가까웠나, 하면서 기억을 더듬게 되었다. 옛날 생각이 정말 많이 나기 시작하더니 몇 일 지속되었다.

이번 주는 부쩍 산책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며 산책을 하게 되었다. 바쁜 중에 20분의 짬을 내어 산책을 하면 확실히 머릿 속이 조용해지는 효과는 있지만, 자유롭게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는 안된다. 몇 주 전 여유로울 때 산책을 하던 그 느낌이 그리워졌다.



34~36세의 삶을 회고했다.

지난 시기에 이어 에너지가 넘쳤던 때라고 확신이 들었다. 아마 커리어와 비례하여 업무 효율과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시간 사용에 유연함이 생긴 것 같다. 각종 세미나, 교육 참석, 스터디, 자격증, 취미 수강 등 다양한 시도들을 했었다. 회사 사람들과의 유대는 회사 밖에서까지 길게 오래 이어졌다. 이 당시에 법륜스님이 "업보라 생각하고 무얼하든 천일간 인내를 하라"고 하시는 영상을 보고, 연애를 인내하며 했었다. 지나보니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이렇게 오랜 노력을 해온 걸 보면, 사랑이라는 가치가 내 삶에 상당히 중요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때 과감하게 10년 경력에 일시정지를 누르고 퇴사 후 1년 간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 이직을 해도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에 심신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전통 공예와 일러스트레이터를 몇 달 동안 배우러 다녔고, 취업컨설팅과 헤드헌팅을 했다. 식단을 하며 체중도 줄였다. 1년 간의 모험을 끝내고 다시 인사팀 생활에 재생 버튼을 누르면서 진지하고 구체적인 은퇴 계획을 세우게 된다. 회사 생활을 안하는 나는 생각보다 부지런했으며, 심지어 하루하루가 평화롭고 굉장히 즐거웠기 때문이다. Love & Peace가 나의 모토로 확 박힌 시기였다.



은퇴 계획을 점검했다.

오늘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선택하는 과제가 있어서 은퇴 일정을 디테일하게 정해보기로 했다. 얼마 전 모닝페이퍼에서 언급했던 주제이기도 했다. 이전의 계획을 기반으로 현재의 자산, 매월 수익과 비용, 목표액을 가지고 재계산해보니 남은 날짜는 대략 2000일 정도였다. 연봉상승률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조금씩 앞당겨질 것이다. 은퇴 후에 용돈벌이를 할 소소한 사업을 위해 5년 동안 기반을 다져두려고 했기 때문에, 조만간 사업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하: 겉보기에는 난데없이 불쑥 떠오르는 것 같은 통찰이나 깨달음

내 인생의 트리거에 대한 생각을 했다. 과거를 언뜻 회상해보면 보통 'A 때문에 B 를 선택한거야'라는 한 줄의 스토리가 만들어져있다. 어떤 일 때문에 헤어짐을 결심했다, 어떤 계기로 열심히 좇았던 꿈을 포기했다, 등등. 하지만 인생을 회고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결정적인 사건 때문에,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차곡차곡 쌓아온 무언가 때문이었음을. 그것들을 모아 방아쇠를 만들고 누르기로 한 '나'의 선택이었음을.

이전 11화 새로운 나를 찾는 10주차의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