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후쿠오카 도시의 얼굴

by 라엘북스

이번 여름 휴가의 목표는 일본을 방문해보는 것이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선택한 일본 여행지는 후쿠오카.


주위에서 너무 짧게 다녀오니 비용이 아깝다, 일본 여름은 너무 덥다, 대지진설이 있다 등 가지 말아야 할 다양한 이유가 있었으나, 일본을 처음 가보는 것이어서, 땅만 밟아보고 온다고 할지라도 '이번에는 무조건 간다'라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그리고 방문이라는 목표 외에 세부 목표가 있었다면, 바로 러닝. 후쿠오카의 오호리 공원을 새벽 일찍 달리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다.



오호리 공원역은 숙소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착하니,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아침부터 햇볕은 뜨거웠지만 그들 속에서 조용히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맑고, 나무는 푸르르고, 엘리트 체육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고, 운동을 즐기는 일반 분들도 많았다. 나처럼 이곳에 와서 러닝을 즐기는 한국인들도 종종 보였다.


오호리 공원 2바퀴, 5km의 러닝을 마치고 숙소까지의 거리를 검색해보니, 3km 정도의 거리. 충분히 달려갈만한 거리였다.


오전 8시 30분, 후쿠오카 도시의 풍경은 어떨지도 궁금했다. 천천히 달리면서 낯선 도시의 아침 얼굴을 맞대어 보는 건 신선했다. 느리지만 정확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필립 셸드레이크의 "도시의 영성" 책을 보면, 도시란 그저 사람들이 거주하는 장소의 합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화적 기억과 공동체적 의미가 축적된 공간이라고 말한다. 도시 공간이 가지고 있은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통해 도시의 얼굴, 즉 정체성을 볼 수 있다.



후쿠오카 도시의 아침. 시간이 시간인 만큼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학생들,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어디나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등교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똑같나보다.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한국과 가까운 거리에서 바삐 살아가는 또 다른 현대인들. 어떤 생각과 고민을 품고 살아갈지 궁금하다.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 비슷해보인다는 점에서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싶기도 하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가 다르니, 필요한 고민들이 다를 것이라는 점에서, 사고의 기본 전제와 틀이 되는 구조적 요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본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