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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는 것

by 라엘북스


올 여름까지 보내면서 문득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달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달리는 것이 당연하며, 일상이라고 생각하다가, 처음 달려야겠다고 생각한 때를 떠올려 보았다.


잠실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을 우연히 방문했고, 리모델링 후 새롭게 오픈을 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유니클로 매거진을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전시해놓았는데, 매거진 읽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나칠 이유가 없었다.


잠실에 있는 매장이기 때문에, 매장이 속한 도시의 소리를 듣는 것이 해당 매거진의 주제였는데, 첫 내용과 인터뷰가 마인드풀러닝스쿨의 김성우 대표님 이야기였다. 러닝에 대한 인터뷰 내용들을 읽고, 함께 나와 있는 달리는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러닝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러닝이 유행이라는 말을 언뜻 듣기는 했지만, 무언가를 읽었을 때, 그 내용에 나와있는 것을 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라, 인터뷰를 읽자마자 바로 러닝을 하기 위해 뛰러 나갔다.


게다가 마침 집 앞에는 유수지 공원이 파크 골프장과 400m 트랙으로 탈바꿈 하는 중이었다. 러닝을 하라는 주위의 도움까지 있는 듯 하여 트랙을 무작정 달렸다. 그게 올해 3월의 일이다. 트랙이 만들어졌다는 입소문을 타기 전이어서 쌀쌀한 날씨에 한적한 트랙을 홀로 달리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호흡과 심장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생일 선물로 골랐던 것이 마침 샥즈 무선 이어폰이었다는 사실. 당시에는 평소에 끼고 다니려고 선물로 골랐던 것인데, 러너들에게 필수템이라 불리는 아이템이었을줄이야! 모든 것이 러닝을 향해 준비되고 있었던 셈!


러닝을 하면서 체력이나 몸의 건강도 좋아졌겠지만, 러닝을 시작하던 당시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장 좋은 건,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달리다 보면 어느새


"아, 지금 너무 힘들다"

"아 배고파"

"밥 먹으니 배부르고 행복하다"

"몸이 피곤하니 너무 졸리다"


지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작은 것에 큰 행복감을 누릴 수 있었다.


이제 러닝을 한지 반년 정도 지났지만, 금새 달리기가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물론 중간 중간 빨리 잘 뛰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지는 경향이 튀어나오더라도, 러닝 만큼 정직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차근 차근 뛰다보니 조금씩 체력이 붙고, 몸도 바뀌어가고 있다.


달린다는 것, 그 자체에 더 파묻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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