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산행.
아침 일찍 트레킹화를 조이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춘천 감악산.
등산을 좋아하는 지인을 따라 졸래졸래 따라갔다.
선선해진 가을 날씨에 불과 얼마 전까지 절대 물러가지 않을 것 같았던 늦여름 더위가 있었는지 가물가물 하다.
힘차게 흐르는 개울 소리에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가재 잡으러 다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오직 돌 밑에 가재가 있는지 없는지에만 집중하던 시절.
지금은 산에 오르는 중에도 왜 이렇게 잡스러운 생각이 가득할까.
가파른 B코스와 완만한 A코스 중에 조금 더 쉬운 길을 택했다. 멋지게 가파른 코스를 오른 후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보다 순간 순간을 완연하게 즐기고 싶다. 꼭 숨이 차야만 인생을 잘 살았다는 것은 아니니까.
감악산은 바위 산이라서 그런지 중간 중간 바위도 많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커다란 돌무더기도 꽤나 만들어 놓았다.
산길을 오르고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다녔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산이 볼 때는 불과 100년, 200년 전의 사람들일텐데, 현재의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다른 모습일까.
산을 오를 때 마다 산과 나무가 주는,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의 위대함을 느낀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이 주는 가치란 무엇일까?
아침에는 운무가 가득했지만 정상을 향해 오르다보니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가득하다.
아등바등 산 밑에서 살아가는 삶이 산 위에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커다란 장애물처럼 보이는 봉우리들도 위에서 보면 멋진 풍경으로 어우러져 있는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