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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13. 2020

할 것: 단어에 박힌 고정관념을 빼낸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74일 차

'남의집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집주인의 거실에 사람들이 모여 취향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2018년 출범한 뒤 약 2년 만에 약 500여 회의 모임이 생기고, 2500여 명이 참여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여러 매체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김성용 대표를 인터뷰이로 섭외했고,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원래 모바일 플랫폼 기업에서 몸담았던 그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기획자였다. 남의집 프로젝트 또한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원래 지인과 거실에 책방을 열어 이웃을 초대하기 시작한 것이 기대 이상으로 발전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우주도 3억 원 정도 들이면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누군가의 집은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도 허락을 받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잖아요. 집은 내밀한 만큼 주인과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곳에서 취향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죠." 수백여 곳의 거실을 다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실제로 남의집 프로젝트를 이용해본 사람 중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고 후기를 남기는 이가 많다.


대화하던 중 그가 특히 자주 쓴 단어가 있다. '거실 여행'이라는 말이다. 보통은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거나 구경한다고 말하지, '여행'한다고 하진 않는다. 여기에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랜드마크에 가는 것보다 매력적인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김성용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로써 그는 '여행'이라는 말에 담긴 고정관념을 끄집어냈다. 수천 명이 끼리끼리 어우러지는 현장을 본 직접 사람으로서 논리와 확신이 스민 그의 말에 나도 자연스럽게 동조하게 됐다. 꼭 집 밖을 나가야만 여행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통 사람은 정해진 교육 과정을 거치고 사회에 진출한다. 그러다 보니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미리 익히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디까지나 직접 겪어야만 알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 초년생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이 한 번쯤은 겪는 감정이 있다. 지금껏 그렇다고 배웠기에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일이, 정작 열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을 때 덮쳐오는 괴리감이다.


이는 다시 말해, 스스로 포착한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의 차이를 글로 풀어본다면 단어에 담긴 고정관념을 들춰낼 수 있다는 말일 터다. 당연한 것이 늘 당연하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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