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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2를 가장한 시스템1을 솎아낼 것

by jd Mar 24. 2025

인간이 왜 곧잘 의사결정에 실수하는지 궁금했던 경제학자가 있었다. 이내 사람의 사고 형태를 두 가지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시스템1'과 '시스템2'가 그것. 전자는 직관처럼 노력을 요하지 않는 수준의 간단한 사고를 뜻하고, 후자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을 들여야 가능한 사고다. 요컨대 우리가 시스템2에 의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스템1의 영향으로 인해 편견에 빠지면서 판단에 오류를 범한다는 것.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 결과다.


나에게도 시스템2를 가장한 시스템1을 판단 도구로 쓰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깊이 고민한 듯하나 돌이켜보면 관성적으로 내린 결론이었고, 그것이 낭패로 이어진 경험들 말이다. 보통 이런 일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라는 부사어를 동반한다. 얼마 전에는 점심메뉴를 고르면서 그러했다. 평소 왠지 먹을 때도 일하는 느낌이 들어서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이 고집에 공감하는 몇몇 팀원들이 점심이면 회사 밖으로 나서는 나를 따라와 준다. 메뉴 선택은 주로 나의 몫. 팀원들과는 편한 사이여서 실패에 대한 부담은 없고, 그저 나의 까다로움을 믿으며 이것저것 동료들의 선호를 묻고는 한다. 표면상으로는 묻고 있지만 '정하고 동의를 구한다'는 맞는 표현일 듯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의 "시스템2를 가장한 시스템1"이 발동한다. 사실 점심메뉴에 대단한 고민을 하는 것이 무리가 있겠으나 나의 식탐에 비춰보면 이건 실패를 용납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더 사색하고 논의해야 하겠지만 앞서 짧은 고민으로 무작정 들어간 몇몇 음식점이 성공적이었다. 독이 된 성공이었다. 어느덧 나는 맛집 개를 선별해 떠오르는 대로 말하거나, '맛집은 맛집 근처에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판단 기준으로 웨이팅이 있는 음식점 근처로 무작정 나서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 금요일에는 들어간 음식점에서는 양념과 면이 전혀 어우러지지 못하는 최악의 비빔냉면을 먹기도 했다.


이밖에 지금 생활에 관성과 편견이 작동하는 지점이 있는지 점검할 일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단순히 시스템1과 시스템2를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2인척 숨어있는 시스템1을 솎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부단한 구별 작업으로 내 생활은 무엇이든 뜻한 바를 닮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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