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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Jan 09. 2019

네가 사랑한 나와 진짜 나

이 연애에서 사랑이 커지면 커질수록 아이러니했던 것은 상대방에게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관계 초반의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데, 그 모습이 좋아 사랑에 빠진 사람임엔 분명했는데, 그런 당신에게 시간이 갈수록 왜 내 모습을 잃고 그대가 좋아할 만한 내가 되어 버리는 건지, 그대에게 잘보이려 꾸미려고만 하고 필요 이상의 배려로 진짜 내 모습을 잃어감이 슬프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제 이 모습이 진짜 내가 되어버린건지 헷갈려질 때 쯤 연인에게서 더이상의 사랑을 받을 수 없음을 느겼다.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내 마음은 더 커져만 갔는데, 진짜 내 모습은 작아져만 가니까,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관계임에 분명했다.


얼마 전, 평소 사람을 대함에 있어 마음이 진실된 언니가 결혼을 했다. 그런 맑은 마음을 가진 언니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 물어봤다. 요즘의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했다고 했다. 이어 언니는 이 사람 앞에서는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줘도 될 만큼 편안했고, 그 편안함이 사랑이라 믿었다고 했다. 온전한 나와 온전한 당신의 모습을 서로 마주할 수 있다면 결혼할 인연이라고 했다. 언니의 그 말이 너무 귀했고 결국 연인이 사랑하는 나의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이 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사랑이었고, 힘없는 연애가 되어 버린다.


영화 "풀잎들"에서 김민희가 남동생이 남동생 여자 친구를 소개해주는 식사 자리에서 물어본다. 실은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는 태도로 추궁했다. 너는 얘를 얼마큼 아냐고, 진짜 누군지는 알고 만나는 거고 결혼하려 하는 거냐고. 또, 미국 드라마 "걸스"에서 상대를 진짜 안다면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 대사가 있었다. 실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서로를 알아 간다는 것인데, 진짜 상대방을 알려는 노력을 하긴 한 건지 생각하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아는 것일까? 함께 한 시간들 일까? 내가 듣는 노래 들을 안다고 해서 그대가 나를 아는 것인지, 또 내가 다녔던 학교를 안다고 해서 그대가 나를 아는 것인지, 일 년을 함께 해서 떠난 그대가 나를 얼마큼 알았으며 나의 어떤 모습에 떠나려 마음먹었는지, 내가 그대에 대해 글을 써왔다는 것을 알긴 했을지, 어디까지 알았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면 진짜 나의 모습을 보고 떠난 건지.


이젠 모든 관계에서 진실되리라. 비단 연인뿐이 아닌 모든 사람이 내 앞에서 편안히 본인의 모습이 되기를, 모든 인연에 나도 진짜 나의 모습으로 진실된 태도로 대하길. 그대가 원하는 내가 아닌 진짜 내 모습으로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또한 내가 기대하는 그대가 아닌 그대의 진짜 모습을 찾고 사랑하는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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