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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뇨 May 29. 2024

연애 세 번 했더니 마흔이 넘어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6에서 31

31에서 35

36에서 41

5년, 4년, 5년의 연애.

남은 건 물론 아무것도 없다.


연애란 게 원래 그렇다.

결혼 엔딩 아니고서는 함께 나누었던 예쁜 추억도 시간이 지나면 그저 그런 기억으로 남는다.

당시 느꼈던 설렘, 처음 손을 잡았을 때의 두근거림, 보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내 연애 스타일이 저런 감정들을 다 뒤덮을 만큼 상대가 지겹고 싫어지면 끝내는 게 문제였다.

5년의 연애에서 좋았던 건 2년 남짓, 나머지 기간은 실망 포인트를 착실히 쌓다가 도저히 보기도 싫어지면 이별을 고했다.


 




20대 중반까지는 두어 달 사귀다가 헤어짐을 반복했다.

길어봐야 1년?

이별은 주로 화를 주체 못 한 내가 헤어지자고 내뱉었다.

그리고 이별 노래를 틀어놓고 며칠을 그 감정의 파도에 잠식되곤 했다.

내가 헤어지자고 해놓고서 내가 힘들어서 끙끙대는 꼴이 반복되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아보자.

이별이 힘들지 않은 순간이 오면 이별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 긴 연애 스타일이 찾아온 것이다.

이별의 아픔 며칠, 혹은 몇 달이 싫어서 애정 없는 년을 갖다 바친 셈이다.

정말 미련한 짓이었다.


서른 이후 연애의 끝과 시작 사이에 시간이 있었지만 기간이 짧았던 적도 있고, 한 살 바기 강아지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던 적도 있었다.

작년 여름에 이별을 한 뒤, 제대로 FA시장에 나온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딱히 연애를 즐길 상황이 아니라 굳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기에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난 늘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 대해서는 능동적이지 않았다.

낯선 사람과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보다 편한 사람과 얘기하는 게 더 좋다.

내가 끌린 사람만이 예외였다.

무엇보다 집밖으로 나가는 게 가장 큰 허들이다.

그건 20대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잘하고 다녔던 거 보면 나쁘지 않은 외모로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20대의 연애 시장과 40대의 연애 시장

이 미친듯한 차이를 실감한다.

사실 40대의 연애 시장은 존재하지 않지만.


20대 때는 잊을 만하면 연락 오는 의미 없는 사람, 아는 후배, 아는 동생, 친구 등 핸드폰이 오래 잠자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40대는 당연히 그런 사람이 없다.

핸드폰은 뇌사 상태다.

나도 그렇지만 목적이 없으면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

인간관계 자체가 20대와 40대는 아주 큰 차이가 난다.

당연한 일이다. 

일 하느라 바쁘고, 사람에게 데이고, 결혼해서 가정 챙기고 하다 보면 인간관계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어떻게 엮어볼까 고민했던 이전과 달리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사람 수가 매우 적어진다.

기껏해야 귀엽게 생겼네, 정도. 

섹스어필 되는 대상도 줄어들지만 그런 대상을 발견해도 나이에 무슨 하고 넘어간다.


하는 생각, 하는 짓은 20대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40이라는 사회적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의식하지 않고 행동했다간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게 분명하다.

이런 생각은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가 나이에 신경 쓰지 않고 연애하는 건 그들이 이룬 것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은 그들과 같은 성취를 이루지 않았으니 사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20대 여자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여자라는 무기.

20대 남자의 성적 욕구는 남자의 다른 나잇대의 생을 합쳐도 비교할 수 없이 높다.

그래서 20대 여자의 주변은 늘 남자가 있다.

40대 여자는 아무런 무기가 없다.

스스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불혹, 사회적 성과를 이루었다는 나이 40.

정작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헤매고 있으니 속이 좀 상하긴 하다.

그런데 누군가 결혼 자금을 위해 열심히 회사 다닐 때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자 마인드로 회사 때려치우고 도전하고 돈 떨어지면 다시 회사 다니다가 나와서 도전했던 30대를 생각하니 당연한 결과 아닌가 싶다.

애초에 목적이 달랐으니 결과도 다를 수밖에.

백세 시대에 사십 갓 넘은 사람이 결과를 논하는 것도 우습다.


40대에 20대의 연애 패턴을 원한다면 성공해야 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아마 나는 평생 못하겠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 또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미 없는 사람과 의미 없는 연락은 별 재미가 없다.


확실한 건 움직이지 않아도 관계가 만들어졌던 20대가 아니라는 것,

인연을 만들려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집을 반복하는 30중 후반 이상의 미혼들이 외로움을 토로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친구의 소개로 등등 관계에서 또 다른 관계가 만들어지는 시기는 지났다.

외로우면 움직여서 변수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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