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뇨뇨 Jun 11. 2024

천재 사이비교주의 믿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제목 그대로 350년간 수학의 난제였던 수학 법칙을 증명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다.

그런데 나는 이에 관한 글을 쓰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쉽게 풀어서 쓰려고 해도 복잡하다.

온갖 수학 법칙이 난무한다.

우연과 노력과 수많은 수학자들의 실패를 설명해야 온전히 전달할 수 있기에 이 책에서 흥미를 끌었던 다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직각 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


아마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인류들이 알고 있는 수학 법칙일 것이다.

이 법칙을 증명한 피타고라스와 그의 추종자들, 피타고라스 학회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중국과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먼저 발견을 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직각 삼각형에 적용이 되는 건지 확인할 수 없기에 증명의 단계에 이르진 못했다. 

증명은 무한의 직각 삼각형에 대해 성립하는 이론이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확인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피타고라스는 이것을 증명이라는 과정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각 삼각형에 통용되는 법칙으로 정립했다.

역사상 최초의 증명인 셈이다. 


피타고라스는 가장 위대한 수학자라고 불리면서도 자신의 이름으로 집필한 책이 권도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이집트, 인도 등지로 여행을 수학 법칙을 집대성하여 명성을 얻었다.

이집트는 나일강 범람을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고대 그 어느 지역보다 수학이 발전했었다고 한다.

피타고라스는 명성과 재력 있는 후원자의 전폭적인 지지로 피타고라스 학회를 만들게 된다.


피타고라스의 성정 때문인지 이 학회는 매우 비밀스럽고 극렬한 결사단의 성격을 띠었다.

우선 학회에 들어가려면 전재산을 기부해야 하는데, 탈퇴 시에는 그 두 배를 되돌려 주었다고 한다.

그래도 못 들어가서 안달이 날 정도로 피타고라스 학회의 명성은 대단했다.

퇴짜 맞은 사람이 후에 피타고라스 학회가 무너지는 데 일조를 했는데, 인생사 정말 알 수 없다.


피타고라스 학회는 내부에서 수학을 탐구한 결과를 절대로 외부에 발성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했다.

이 서약을 어긴 사람을 피타고라스 학회 회원들이 죽였을 정도니, 그 광기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런 광기를 만들 수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종교가 유일한 것 같다.

인류가 수렵채집 시절에 집단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종교를 이용했다는 가설이 있을 정도니까.


피타고라스 학회가 숭상한 것은 바로 수(숫자)였는데,

숫자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우주의 영적인 비밀을 알아내고 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한마디로 숫자가 신과 자신들을 잇는 메신저라고 여긴 셈이다.


정말 그들의 수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한다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참인 명제라고 생각했는데,

중세 시대 1000년을 지나는 동안에 피타고라스 학회 이상의 수학적 성과가 없었던 걸 보면 시간과 발전은 큰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세운 것 역시 당시 전국의 건축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싸맨 결과일 뿐인데 미개한 옛날 사람들이 그런 대단한 일을 할 리 없다고 미스터리니 뭐니 하는 것도 현대인의 오만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고대 이집트는 수학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에 피라미드 쌓기도 같은 맥락으로 해결했을 것이다.

시공간을 떠나 인간의 열정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야기가 옆으로 잠시 샜는데,

피타고라스 학회는 자연 현상을 지배하는 법칙이 있고 방정식으로 이 법칙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피타고라스가 대장간 옆을 지나가다가 망치가 쇠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상하게 하나의 망치가 하나의 쇠를 두드리면 소음인데, 

여러 망치가 동시에 하나의 쇠를 두드리면 화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듣기 좋고 조화로운 소리들 사이에 수학적 관계가 성립한다는 발견 했다.

소리에 수학적 관계가 있다는 알게 되었으니 이들이 얼마나 고무되었겠는가.

자신들의 믿음이 더욱 공고히 했을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모든 자연 현상들은 유리수(분수로 표현될 수 있는 수)로 표현되며 수학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리수는 완전하며, 

반대로 무리수(분수로 표현할 수 없는 수-파이, 루트 같은)는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완전하고 아름다운 유리수의 세계에 무리수는 오류이자 불합리 그 자체였으니까.

무리수(irrational number: 불합리한 숫자)의 영어 이름을 보면 피타고라스 학회의 영향력이 엿보인다.

피타고라스 같은 천재가 무리수의 필요성을 몰랐을 리는 없고,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부정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눈치 없고 똑똑하기만 한 한 제자가 무리수를 증명해 버렸다.

그리고 피타고라스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스승님! 제가 무리수를 증명했습니다!'라고.

그리고 그 제자는 소리소문도 없이 물에 빠져 죽었다.

자신들의 세계관을 지키기 위해 생명 하나는 우습게 밟아 버리는 저 광기. 

사이비교도들답다.

피타고라스가 직접 죽인 게 아니라는 얘기가 있는데, 피타고라스 학회 사람들이 벌인 일이고 그런 분위기글 조성한게 피타고라스니까 명백히 책임이 있다.






피타고라스 학회가 승승장구하며 영향력이 커지니 시민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지원이 피타고라스 학회로 들어가고 있는데 아웃풋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당연하다.

외부에 발설했다가 죽은 사람이 있는 마당에 다들 얼마나 비밀을 잘 지켰을까.

그 와중에 앞에서 말했던 가입이 불허된 사람이 선동을 하고, 거기에 시민들이 넘어가버렸다.

시민들은 피타고라스 학회 건물 입구를 막고 불을 질렀다.


운이 좋았던 몇몇 제자들은 연구 결과를 가지고 탈출에 성공했지만 피타고라스와 많은 수의 제자들은 불에 타 죽었다.

죽음마저 영화가 따로 없다.

그래도 탈출한 제자들이 가지고 있던 연구 결과가 수학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피타고라스가 너무도 비밀스럽게 조직을 운영하는 바람에 수학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모든 걸 오픈했었다면 방화로 소실될 일도 없었을 테고 고스란히 후대에 남았을 테니까.

당시에는 그 말에 동의를 했으나, 이 책을 보고 더 이상 동의할 수 없게 되었다.

피타고라스 학회가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이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끼리'라는 유대감이 강하게 발현되어 열정과 광기로 번진 것이고, 이런 열정과 광기가 그들이 더욱 수학 연구에 매진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그냥 일반 학회처럼 자유롭고 모든 게 공개되는 조직이었다면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에겐 수학 연구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었으니, 모든 걸 다 바쳤다.

역시 하나에 미친 사람들은 여러모로 대단하고 무섭다.



이전 03화 왜 몰상식한 사람들은 그게 잘못인 줄 모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