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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디진 Oct 23. 2021

퇴사하기 적합한 시기, 자가진단 해보기

여러분은 직장을 그만둔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가? 하루 종일 잠자기 만 빼고. 그것이 꼭 돈이 되는 일이 아닐지라도 취미 생활이든 공부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가슴이 뛸 정도로 무척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머릿속에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직은 퇴사할 때가 아니다.


인간은 의존적이다. 인생에 있어서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릴 때에 우리는 가족, 지인, 혹은 멘토에게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확신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당신은 스스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 지독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면 저절로 결론에 다다른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은가.


퇴사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지금이 바로 퇴사를  시점인지 아닌지 말이다. 정말 그만두어야겠다고 판단이 서면 불평을 하지 않게 된다. 만약 직장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면 아직은 퇴사를 하기에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현재 속한 조직을 떠난다면 그전에 어떤 경험들을 해보고 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한 우선순위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실현해보자.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일일지라도 미래에 언제 어디서 어떠한 방법으로 응용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과거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순간 최선을  해야  이유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겸허하게 자신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분명  과정에서 다음 가야  길이 반드시 보일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연결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점이 어떻게든 미래에 연결되리라고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믿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여러분의 배짱, 운명, 인생, 업보 같은 것들이요.
이 접근은 한 번도 절 실망시킨 적이 없고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스티브 잡스, 2005년 스탠퍼드 졸업 축사 연설 中』


나는 스티브 잡스의 연설 중 ‘점 이론’에 적극 공감한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나 일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낄지라도 이는 분명 헛된 경험이 아니다. 앞으로 하게 될 새로운 일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 한다면, 결국 인생의 여러 꼭짓점들이 모여 보석처럼 빛나는 유니크한 ‘나’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것은 차별화를 만들어준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우연히 들었던 캘리그래피(Calligraphy) 수업이, 10년 뒤 맥(Mac)을 만들 때 빼어난 디자인과 폰트들을 갖출 수 있게 된 밑거름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회사생활 5년 차에 나는 위기를 맞았다. 팀에서 퇴출은 물론 사업부까지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과장도 아니고 대리도 아닌 사원에게 도대체 이럴 수가 있을까?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방법으로 타의에 의해 직군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입사 이례 처음으로 퇴사를 심각히 고민했다. 마침 그 시기는 바로 인생에서 첫 진급인 대리 승진을 고작 1달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4년 넘게 기다린 고지가 눈앞에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 1달만 버티면 되는데 그 30일이 영원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다.


회사생활 내내 마음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더 이상 버틸 에너지가 없었다. 사업부와 직군 그리고 팀을 모두 옮기느니 체면상 퇴사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같다는 결론에 달았다. 펑펑 울며 예전에 함께 일했던 옆 팀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녀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네가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할 때가 그만 둘 때야. 근데 조~금 아깝긴 하다. 여기서 그만둬도 되기는 하는데, 그럼 너는 여기까지인 거야.”


‘너는 여기까지 인 거야.’ 선배의 이 마지막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퇴사를 원치 않았다. 다년간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꺾여버린 의지가 다시금 강하게 불타올랐다. 물론 평생 회사를 다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만 적어도 나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에 의해 떠밀리듯 회사를 나오는 것만큼은 원치 않았다. 저항할 힘이 없어 포기한다면 상대의 부당평가에 굴복하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팀 선배들의 판단을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사업부장님과의 면담 후 가까스로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사업부 소속은 유지한 채 팀만 옮겼다. 다행히 팀 이적 후, 새 팀장님과 팀원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이후 시간이 꽤 흐르고 나는 우연한 기회에 필라테스를 접하게 되었다. 등록한 지 1달 만에 강사 자격증을 꼭 따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상상만으로 설레어 심장이 뛰었다. 당시에는 필라테스가 널리 알려진 운동 종목이 아니었다. 퇴사 후 다른 분야의 일에 뛰어드는 것 역시 드물었다.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이후 나는 원하는 시기에 내가 바라던 모습으로 웃으며 퇴사했다. 만약 위기의 순간에 떠밀리듯 그만두었다면 나는 승진도 해보지 못한  내가 원치 않는 모습으로 회사생활을 마무리 짓게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평생 아쉬움과 함께 회사 경험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좋은 동료들과 원만한 회사생활로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있었다. 위기의 순간을 전화위복으로 극복하며 얻게  자신감은 다음 일들을 도전하는데 단단한 정신적 기반이 되어주었다.


Tip: 도전하고 싶은 일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무념무상으로 반복적인 매일매일을 살아간다면 절대로 머릿속에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퇴사가 간절하다면 일단 작은 취미생활부터 시작해보자. 여러분의 적합한 퇴사 시기를 찾아줄 첫 단추가 되어줄 것이다. 적어도 당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멋진 여정이 될 것이다. 나를 믿고 시작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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