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한끼는 무엇?
세상에 이런일이
충북 진천군에서 태어났어요
지금도 시골이지만
그땐 엄청 깊은 시골이었죠
완전 깡촌
근데 그 깡촌에서 내가 머리가 진짜 좋았거든
<세상에 이런 일>이 나올 법한
지금 같으면 <영재 발굴단> 이런데 나왔을
그래서 동네 노인들이 저만 보면
"너는 의사, 변호사 하면 되겠다" 고 하셨어요
그때 의사, 변호사가 뭐하는 직업인지도 몰랐지만
어린마음에 "의사, 변호사 하면 좋은 건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죠
매력적인 나의 꿈, 프로듀서
내가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어떠한 형태로 만들어서 다른사람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얻어내는 직업
그게 저에게는 참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제일 못난거죠
그중에 주부 시청자들이 보내온 사연을 15분 정도
드라마타입으로 코믹하게 만드는 코너가 있었어요
그게 저의 첫 프로듀싱 이었죠
촌놈이 서울가서 대빵 됐다고
동네에서는 신이 나 있었죠
하지만 4학년 1학기때 취업을 해서 갔으니
제작 PD중에서도 제일 어린건 말할 것도 없고
SBS에서 일하는 사람 통틀어서 제가 제일 어린거에요
보니 제가 제일 못난거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벌 빵빵하고
거기에다가 외국어는 다해
다들 똑똑하니까
그러니 일을 하면 얼마나 똑똑하게 하겠어요?
나는 어리버리한 촌놈이지
내가 보기에는 다 완벽한 그들에 비해
뭐든지 마음대로 되는게 없더라구요
4년 지금의 나를 세운 시간
알고보니
분에 넘치는 일을 하고 있던 거였죠
그래서 생긴 자괴감이랄까요?
그때는 모든게 부족했고
나를 둘러싼 모든걸 배워야만 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내자리가 맞나?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애 "
라는 마음이 올라 올때 마다
이를 악물고 버텼던 것 같아요
그때 악전고투했던 4년의 시간으로
지금까지 피디로 벌어 먹는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시간에 따른 경험이었던 것 같구요
프로그램을 볼 때 "이게 맞아" 하면
결국 흔들리지 않고 그 방향으로 가고
그걸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은 자신이 다 맞고
다만 팀 내에서는 너와 내가 뜻이 맞다면
힘을 내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매번 힘들지
매번 힘들어요.
포괄적이기는 한데... 힘든게 너무 많죠
피디는 책임자에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지만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포맷은 정해져 있지만
제작마다 매번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아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당신의 한끼"에요. 잊지 못할 인생 한끼
미각적인 만족도 있지만
그것을 맛볼 당시 자신의 스토리가 있죠
나에게 정말 위로가 되었던
그것을 추억해보고 최대한 가깝게 가보는 것
그 장소로 돌아가서 마음 속 스토리를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요즘 최대 관심사에요
나의 인생 한끼
예전 우리 아버지도 무뚝뚝하고 무서웠죠
딱히, 자애로우신 분은 아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때 갑자기 외식을 하자고 하시는거에요
그때는 외식이란
그나마 엄마 따라서 자장면이고 통닭사먹는 거였어요
아버지가 외식을 하자고 하신거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인거 같아요
함박스테이크를 먹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먹는 내내 얼떨떨했죠
우리 아버지와 함께한 최고의 한끼 였어요
그런데 그때 무엇 때문에 그 비싼걸 사주셨는지
기억이 안나요
나중에 물어봐야지 했는데 결국
돌아가실때까지 물어보지 못 했네요
뭘 꼭 안해도 돼
청년들이 뭘해서 뭔가를 이뤄간다는 강박은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지금 뭘 한다고 계속 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한 것들이 모두 정답도 아니거든요
하고싶은 걸 하다 보면 기회가 와요
내가 뭘 해야겠다는 아이디어 역시
푹 놀아볼 때 생기구요
뭘 꼭 안해도돼요
마음가는 대로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새털같이 살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요
Q. 청년을 위한 DREAM매뉴얼
나에게 꿈이란
오늘. 내가. 하고싶은거. 다 하기.
그래서 좋은 사람 만나고
즐거운 여정을 나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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