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잔 받으면 꺽이게 됩니다
뭔가를 빨리 접는 아이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누굴 도와준다는 것이 어린 저에게
참 멋지게 보였던 것 같아요
도와주고 즐겁게 해주는 것
그런게 저에겐
꿈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문제는...
수줍음이 엄청 많다는 거였죠
앞에서 나와서
혼자 춤추고 이랬던 건 좋아했지만
어떤 대상 앞에 가면
사실 고개를 못들때가 많았어요
엄청 내성적인 아이라고 할까
그래서 빨리 빨리
뭔가를 접었던 아이였어요
처음에는 서슴없이 하지만
그 주눅들이 쌓여 뭘 진득허니 못하는
아이가 되지 않았나..생각이 들구요
초등학교 2학년때 미술시간이었어요
얼굴을 그리는 시간이었죠
미술에 관해서는
당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전문가인 미술선생님께서
제 그림을 보고서 큰 칭찬을 하시는 거에요
건희야 너 그림 너무 잘그려
지금 이 실력으로도
미대에 수석으로 입학할 수 있겠는데?
핀잔받으면 꺽이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지금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건
내가 그린 그림에 대해
핀잔을 준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았나
우리는 가끔 애들한테 이야기 해 줄때
"너 도움 되라고 그러는거야" 라며
"널 사랑하니까 하는 말이야" 라며
나무라듯이 이야기 한적이 많아요
하지만 그 말은 그 아이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재능을 꺽게 할 수 있더라구요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어요
언젠가 꺽이게 할 수 있는 심정이 심겨 졌죠
말로 칭찬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실질적으로 뭔가를 시작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으로 삶을 바꿀 수 있는
디딤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저에게 있어서 제 멘토가 그랬어요
제가 설 수 있는 무대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스킬, 말투, 표정까지도 하나 하나 가르쳐 주셨어요
건희씨 더 잘할 수 있어요 라고
격려해 주시면서
그런 시작의 힘을 심겨 주셨죠
그런 멘토를 통해 알게됐어요
멘토란 가르치는 역할이 아니라
발견해주는 존재란 걸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
돈 문제 였던 것 같아요
변명을 조금 더 보태자면
엄마 고생 안시키고
내가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이 길이다" 라고 생각했죠
어른들이 하는 단골멘트가 있어요
"너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저에게는 이 말들이 너무 무거운 이유는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거에요
나를 잠시라도 생각할 삶의 여유조차
돌아보면 20대는
공장밖에는 기억이 안나요
고3 2학기부터 다닌 공장이
계속 이어진거죠
당신은 어디에 존심을 세우는가
하지만 머리가 굵어지고
군대를 갔다오고 난 뒤
갑자기 "기계잡기 싫다"라는 마음이 올라 왔어요
마음이 붕 뜨게 된거죠
그래도 견디면서 살아 갔는데
서른이 되니 참 버겁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저한테 말이란 걸 걸게 되었죠
물론 아무런 답이 떠오르지 않았죠
한참 뒤에 갑자기 이런 질문이 내안에 올라 오더라구요
나는 뭐에 존심을 내세우는가
그러더니 어릴쩍 연기했던
오서방이 생각났어요
저는 맹구를 하고 싶었어요
헌데 선생님이 너는 덩치가 크니깐
오서방을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어디에서 그런 오기가 올라 왔는지
오서방 대사를 모두
맹구 목소리로 했어요
관객분들은 더 재미있다고 즐거워 하셨지만
겉으로 반항이란걸 해보았던
나의 자존심이라는 걸 내세웠던
가장 첫 기억이죠
지금 고백해 보지만
그때 "내 자존감을 지키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올라 왔어요
하지만 지방이라는 제약으로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너무나 막막했죠
정말 많은준비를 하고 간 자리였어요
너무나 하고 싶었던 자리였으니까
하지만 연출가분의
"너 뭐 먹고 살래?
"너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 라는 질문에
정말 한마디도 못하겠더라구요
갑자기 겁이 나기도 했구요
그래서 대전에서 진짜 열심히 일했어요
그리곤 버틸 돈을 모아
1년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 왔죠
더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겁을 먹어보니까
다시 곱씹어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나는 안되겠다는 후회가 아니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면서
그 이후로 서울에서 발을 뗀 적이 없었어요
11년 동안
엄마의 자리
너무나 마음이 아픈데
아무한테도 연락이 안오는 거에요
수년을 인연을 맺고 산 사람들 까지도
워낙 그때는 신천지라는 이슈로
모두들 민감하던 때였어요
강사님들이
"이런사람이 신천지 입니다" 라며
세미나를 하고 다니실 때이니까요
그런데 신천지 확인 문항 중에
이런 부분이 있었어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울기도 잘하고
감정표현을 능숙하게 잘 하는 사람
나도 모르게
이거..나잖아 라는 마음이 불쑥 올라 왔죠
말씀을 드리고 다른교회를 가게되었어요
그런데 더 심한 소문이 돌더라구요
"신천지로 밝혀져서 추방되었다"라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때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공황장애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많은 우여곡절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저는 어머니의 이 한마디로
지금의 삶
예수믿는 청년의 삶을
담담히 이어가고자 합니다.
아들, 하나님이 기뻐하는 자리에 있어
한명이 한명을 아는 삶
마음에서 생명이 난다는 말씀을
이제야 삶으로 알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삶의 변주도
꿈을 삶으로 이어가는
함께하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청년을 위한 DREAM매뉴얼
꿈이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에요
어릴 때 꿈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울 수 있었던 건
그 꿈을 통해서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어서 였죠
우리 함께
자신만의 통로를
간직해 봐요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