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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1) : AI와 창작을 시작한 이유

불완전한 소통에서 피어나는 예술

by 티백 자판기

창작의 씨앗


AI 아트와 함께 짤막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내가 창작을 할 수 있을까? 작가적 재능이 있긴 할까? 하고 고민하던 무렵, 미션 캠프에서 진행한 <마이 컨셉진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를 셀프 인터뷰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터뷰에 어울리는 사진이나 대체할 만한 이미지를 넣어야 했죠.

사진을 넣고 싶지 않았던 저는 차라리 제 닉네임인 ‘티백 자판기’AI로 구현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단순히 자판기를 생성했죠. 하지만 곧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이 티백 자판기는 과연 어떤 차를 내어줄까? 그리고 만약 그 차가 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들은 제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첫 시도가 되었습니다.

티백자판기 1



찻잔 연작의 탄생


사실 그렇게 해서 처음 시작한 AI 아트가 바로 찻잔 연작이었습니다. 저의 감정,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프롬프트에 입력한 결과물이었죠. "나는 어떤 찻잔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제 내면의 풍경을 차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각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때로는 열정의 차가 되어 환하게 빛났고, 때로는 절망의 차가 되어 어둡게 가라앉기도 했죠. 그리고 마지막엔, 마치 모든 것을 품은 듯 찻잔 속에서 꽃이 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거듭하면서 저는 스스로를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고, 자아를 예술적 언어로 변환하는 방법을 배워 나갔습니다.

열정의 잔, 초기 버전



두 가지 흥미로운 발견


그러다 보니 두 가지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AI가 만들어낸 그림을 보고 새로운 창작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AI가 창작의 씨앗이 되어준 것이죠.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형태와 색감, 분위기가 AI의 결과물로 나타났고, 그것은 다시 저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저는 아트를 만들면서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듬었고, 그 다듬어진 생각을 다시 프롬프트에 입력해 AI의 결과물로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독자들에게 시각적인 재미뿐만 아니라 글을 통한 즐거움, 그리고 관계에 대한 한층 깊은 고민까지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대화와 같았습니다. 제가 말을 걸면 AI가 응답하고, 그 응답에 다시 제가 반응하는. 이러한 대화 속에서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창작물이 탄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피어남’의 경우, 원래 의도한 것이 아니라 절망의 찻잔을 다양하게 생성하다 보니 갑자기 꽃과 얼굴이 박혀 탄생한 작품이었죠. 하지만 그 결과를 마주했을 때, 저는 뜻밖의 희망을 느꼈습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탄생한, 피어남의 잔



언어를 넘어선 시각화의 가능성


그리고 두 번째는, 다음에 진행될 연작, 바로 문장 시각화(Sentence Visualize Project)의 가능성이었습니다. AI는 다양한 언어를 그림과 매칭하며 학습합니다. 그렇다면 AI가 인간이 시각화하지 못해 텍스트로만 표현해 왔던 문장들을 이미지로 구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흥미로운 발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히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넘어,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에 주목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표면적으로 동일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내면의 의미와 맥락은 각자 다르다.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며, 우리는 그 소통의 벽 앞에서 서성일뿐이다."


이런 문장을 입력했을 때, AI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시각화할까?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질까? 이러한 호기심이 저를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끌었습니다.

절망의 잔, 초기 버전



AI와 인간의 창의적 대화


그래서 찻잔 연작에 이어, 다음 연작은 문장의 시각화, 즉 AI와 인간의 대화에 대한 연작입니다. 추상적인 문장을 프롬프트로 입력했을 때 AI가 이를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함께 탐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발견한 것은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협업자로서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이었습니다. AI는 제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문장을 해석하고 표현하며, 이를 통해 저에게 새로운 창작의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때로는 제 의도와 다르게 해석된 결과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오해’의 순간들이 더 깊은 예술적 통찰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차기작 : Sentence Visualize Project의 시작


이제 저는 찻잔 연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Sentence Visualize Project 연작을 시작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언어의 한계와 소통의 벽을 시각화하는 실험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특히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문장들이 AI를 통해 어떻게 해석되고 표현되는지를 탐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 연작에서는 인간이 가진 소통의 한계, 언어가 품은 다양한 층위의 의미, 그리고 이해와 오해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창의적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합니다. AI와 인간의 대화는 때로는 소통의 불완전함을 보여주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에서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이 열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찻잔에서 시작된 이 여정이 이제는 언어와 이미지, 인간과 AI의 대화로 확장됩니다. 이 탐험을 통해 소통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기술이 예술적 표현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티백 자판기, 봄






차기작 문장 시각화 연작 시작. 매주 화·금, 새로운 AI 생성 이미지와 단편 글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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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