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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부분별 심리 3

목/턱/얼굴/머리

by 이강언

목과 턱, 의사소통의 가교


여러 가지 이유로 목은 몸-마음의 매혹적인 부분 중의 하나다. 목은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최후의 관문이자 검열자이다. 복부와 가슴에서 생겨난 느낌은 여기에서 생각과 언어로 전환된다. 처리되지 않은 감정은 개념과 소리로 변형된다. 목은 감정이 가슴으로 확장되고 느낌의 물결이 확대될 때 그것에 질서와 정돈을 가져오고 얼굴에 있는 목적지로 그것들을 인도한다.

목은 두뇌가 몸의 각 부분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가장 큰 통로이다. 의사소통 센터처럼, 목은 입력과 출력 메시지 사이의 에너지 연결을 쉽게 한다. 구조와 위치 때문에 목은 느낌과 생각, 자극과 반응 사이의 지속적인 중개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목에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수시로 교차하며 표현해야 할 감정과 그렇지 않은 감정을 분류하고 표현해야 할 감정은 정제과정을 거쳐 언어화한다. 연결과 메시지의 양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면 과부하가 걸리게 되는데, 특히 만성적 과부하는 목의 통증이나 심지어는 경추측만증(목뼈가 휘어짐)을 일으킬 수 있다.

목덜미의 경직은 윤리가 삶의 목표인 듯한 태도와 관련이 있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상반되는 견해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하좌우로 유연하게 움직여야 할 목이 윤리라는 정신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사상검열로 도리어 스스로 뒷목 잡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온다. 올바름에 대한 강박적 집착은 내면에서 죄책감이나 죄의식과 끊임없는 투쟁을 불러일으키며, 그로 인해 복장 터지는 완벽주의자가 되거나 완고한 원칙주의자가 되고 만다. 유연하고 슬기롭게 상황에 대처하기보다는 확고한 자기 기준이나 신념으로 엄격하게 상황을 비판하고 통제하려 한다.

목구멍과 턱은 여러 가지 표현적 행위(말하기, 울기, 웃기, 물기, 침 뱉기, 삼키기)를 위해 반응한다. 입이나 얼굴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은 턱에 힘을 줌으로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것은 폭력, 분노, 투쟁, 그리고 턱의 근육에 얼어붙어 있는 눈물을 의미한다.

받아들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받아들일 수 없었던 감정은 소화불량이나 위경련을 일으키지만,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은 도저히 삼킬 수 없거나 즉각적인 구토를 불러일으킨다.



머리와 얼굴, 미묘한 판단의 바로미터

두개골과 머리카락으로 구성된 머리는 그 안쪽에 우리의 통제 센터인 두뇌를 담고 있다. 두뇌는 이 행성에서 가장 큰 기적 중의 하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아직은 잘 못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의식에 가장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나치게 강한 통제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오늘날 가장 나쁜 비난 중의 하나라고 여기는 “당신은 어리석고 불합리하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 존재를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환상에 의해 우리가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여기는 경이와 신비의 자연스러운 감각 대신에 논리적인 마음에 복종한다.

거의 모든 중요한 감각기관이 있는 얼굴은 우리가 세상에 자신을 노출하는 몸의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다. 얼굴은 많은 메시지를 바깥으로 내보낸다. 특히 미묘한 표정의 변화는 내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드러낸다.


“평상시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끔찍스러운 경험을 설명할 때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어 불쾌함을 드러내는 일은 흔하다. 그 경험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인상을 주려고 한번 웃고 난 다음 극히 짧은 순간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러고 나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다시 미소를 짓고 불쾌함에 대한 모든 증거는 얼굴에서 감쪽같이 없애 버린다.” - 폴 에크만


사회적으로 학습되며 종종 문화권별로 다른 표정 관리에 관한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혼자 있을 때는 타고난 표정이 아무런 통제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지만, 공적인 장소에서는 관리된 표정이 각각 나오는데, 이것을 표시규칙(display rules)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대화 중에 정말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오해했을 때 상대방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으로 해석하기를 시도한다. 그것이 비록 무의식적일지라도 또는 조금은 의식적일지라도 자신이 처한 실제 상황이나 실질적인 느낌에 따라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아는 체하거나 느끼는 체한다는 것이다. 만약 진짜 얼굴이 표시규칙에 따라 스스로 만든 가면과 지속해서 투쟁한다면 얼굴의 근육은 긴장하게 되고 이것은 가면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든다.

인류는 지구상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복잡하게 진화한 종이다. 몸과 진화의 궤를 같이한 마음인 만큼 내면의 상태를 보여주는 신체적인 특징이나 몸동작 또한 다양하다. 그중 얼굴은 가장 미묘한 근육들로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여 시시각각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며 어떤 사건이나 경험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드러내지만, 사회적 평판을 고려한 표시규칙을 곧바로 적용하므로 그 진위를 알아차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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