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복의 5가지 요소

요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5가지 이유

by 선빵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경이 쓴 책,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에서 이른바 ‘강철 멘탈’이 정신적으로 굳건한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믿는 구석’이라는 것이 아래의 5가지라고 한다. 나는 이것이 행복의 5가지 요소라고 생각한다. 내가 요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 아래의 5가지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1. 경제력

2. 실력

3. 삶의 의미와 목적

4.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언가

5. 의미 있는 타인


첫째, 경제력. 돈을 벌면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번 돈으로 내가 사는 한 공간을 꾸린다는 것 자체가 자신감을 만들어 줬다. 학생 시절에는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누구나 참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돈을 벌면서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돈을 써서

하나의 경험을 만들고 거기에서 배움을 얻다 보니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매일 아침 정말 눈 뜨기 싫고 현관

문을 열고 일하러 나가기 싫지만 그걸 꾹 참고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매달 월급으로 얻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둘째, 실력. 임용고시에 합격한 것 자체만으로도 ‘내가 타인에게 실력을 입증받았구나.’라는 증거였다. 또, 4년 간 6번의 교생실습, 임용고시 2차 수업 실연을 준비하면서 동기들의 수업 실연도 같이 보다 보니 나와 동기들의 실력이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설명을 명료하게 하고 수업을 참 잘하는구나.’ 싶었다. (객관적인 증거를 위해 tmi를 말하자면, 임용고시 2차 점수를 100점 만점 중에 99.1점을 받았다.) 누군가가 적성이란 ‘어? 나는 이렇게 쉽게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못하지?’라고 생각이 드는 분야라고 한다. 그 분야가 나는 언어 사용과 수업이었다. 교사들은 매년 장학을 한다. 장학이란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교장, 교감에게 수업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때 다른 학년 선생님들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고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얻는다. 매일 매일 수업 준비하는 게 지치고 어떨 때는 너무나 하기 싫을 때도 많다. 그래도 매일 수업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나의 자존감을 올려 주었다. 즉, 타고난 적성과 매일의 노력이 쌓여서 실력이 되다보니 점점 행복해지고 있다.


셋째, 삶의 의미와 목적. 내 삶의 의미와 목적 때문에 여러 직업 중에 교사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가

치는 누가 뭐라 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흔히 3, 6, 9년차가 되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그 과정에서 내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돈

이라는 가치를 선택해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으로 이직할 것인가, 돈은 지금 교사 월급이랑 엇비슷하더라도 사람들과 덜 교류하는 직업이거나, 남들이 더 명예롭게 생각하는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 교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고 있는 이유는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이 ‘사람과 사람 간의 따스함을 얻을 수 있는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누가 뭐라고 비난해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일인가’이기 때문이다.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정립하고 나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을 보고 덜 흔들리게 되었다.


넷째,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언가. 이것에 대해 할 말이 참 많다. 정신 나간 직장에서 몇 년째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뭐냐구요? 남돌(남자 아이돌)이요. 발령 2개월 차에 입덕하게 되었다. 직장에서 별의별 일이 다 있더라도 새로운 떡밥(소식)이 생기면 모든 것을 다 잊는다. 컴백과 콘서트 소식에 광분하고, 예매를 하고, 콘서트를 가고, 방학 때마다 새벽에 방송국 앞에서 줄을 서서 음악 프로그램 공방(공개 방송)을 갔다. 친구랑 노래방에서 가면 이들의 노래만 주구장창 불렀다. 근 한 2년 간은 이렇게 미쳐 살았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거지 같은 삶을 버티게 해준다. 직장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있더라고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나를 건져준다.


다섯째, 의미 있는 타인. 책,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에서 ‘의미 있는 타인’이란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나를 안아주고 다독여 주는 사람,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 내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 주변에 의미 있는 타인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소외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같은 곳으로 걸어가더라도 무리에 끼워주지 않았고 단체 카톡방에서 내가 말을 하면 사람들이 말을 멈추었다. 이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나의 임용고시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아무 날도 아닌데 약속이 끝나고 헤어진 뒤 선물을 보내주고, 내가 지나가다가 어떤 향이 좋다고 한 말을 기억해 두고 그것을 생일 선물로 주고, 나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계속 안부를 물어보고, 늦은 밤까지 해결 방법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거나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더라도 땅굴을 파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존재 자체로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라는 생각이 나를 든든히 받쳐주니까.

keyword
이전 07화인생이란 생과 사의 엷은 막을 통과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