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야? 별거야? 괜찮아?
그게 부부야? 난 절대 안 돼.
누구에게도 우리 부부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서 이해를 구한 적은 없다. 엄연히 우리 둘만의 이야기니까.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니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는 게 무슨 대수랴. 오히려 노발대발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 마저도 너무도 평온하셨다.
"말 못 할 안 좋은 문제가 생긴 건 아니지? 너희만 괜찮으면 다 괜찮아."
"다 커서 결혼까지 한 애들이 내린 결정인데, 알아서 해~"
평온하다 못해 쿨하기까지 한 부모님의 반응에 못내 명치에 얹혀있던 걱정의 짐을 티끌도 남기지 않고 털어냈는데, 의외의 반응은 가까운 주변에서 생겨났다.
"그럼 너도 곧 남편 따라 내려가겠네?"
"그래도 금방 다시 올라오는 거지?"
"바람나면 어쩌려고?"
"와... 난 못해. 안 외로워?"
"그건 난 상상할 수 없는 부부 형태다."
주말부부, 장거리 연애, 기러기 아빠/엄마, 다문화 가정 등등 가정의 형태가 엄청나게 다양해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내가 듣게 될 반응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내 또래 혹은 1-2살 많은 사람들에게. 덕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부'의 무게와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부부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역경도 함께 겪어 나가야 하는 당연한 '일심동체'의 대상이구나. 하지만 이렇게 떨어져 지내는 방식 또한 삶에 다가온 역경과 변화를 함께 풀어나가는 우리만의 방식인데... 타인을 이해시킬 필요도 이유도 없지만, 그런 반응 앞에서는 못내 우리가 조금 다른가? 너무 막 나가나? 싶은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우리는 언제, 어느 시점에 합치겠다는 뚜렷한 계획은 없다. 대략적으로 남편의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이라는 어렴풋한 약속만 있을 뿐이다. 그 기준은 월 수입이 될 수도, 내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졌을 때 이거나, 남편이 믿을 수 있는 파트너나 투자자를 만나게 되었을 때 일 수도 있다. 적어놓고 보니 확실히 대책이 없긴 하네...
하지만 정말 이거 하나만은 의심의 여지없이 믿는다.
각자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에서 하며, 경제적으로 자신의 몫을 다 해가며 살고 있다는 것을.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그 말과 우려 어린 시선을 온몸으로 온 생활로 온 마음으로 즐기며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그놈의 "바람 바람 바람"과는 관계없이 애정전선도 이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