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영양제 같다. 효능을 믿고 꾸준히 사용하면 효과가 생기고, 효능을 믿지 못 하고 사용을 멈추면 효과가 없어지는 것.
나는 노력을 믿고 열심히 공부했다. 괜찮은 공인 영어 점수가 행복한 인생을 보장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오면 내가 거쳐야 할 다른 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늘 내가 예상하지 못 한 거였다. 내가 준비한 건 인생이라는 장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그저 눈 앞에 보이는 하나의 허들였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달리다보니 인생의 모든 것이 걸림돌의 연속으로만 보였다.
괜찮은 점수는 그냥 점수인 것이다. 노력의 아웃풋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행복은 아니라는 걸 나는 좀 늦게 알았다. 책을 그렇게 읽고 이런 뻔한 말을 쓰게 될 줄 몰랐다.
노력이라는 단어의 기준도 달라졌다. 나는 노력이 하나의 큰 성공을 위해서 끈기있게 버티는 것인 줄 알았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변을 살펴보니 우연과 우연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성공이란 건 꽤 느닷없는 존재였다. 노력은 고통을 견디는 일이 아니라 완성을 잘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야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시인으로 비유하자면 빛나는 도입부 300개를 쓴 사람보다 괜찮은 50편의 시를 써놓은 사람이 노력한 사람처럼 보인다. 창작의 고통의 크기는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뭐가 어찌됐든 50편의 시를 써놓은 사람은 시집을 출판할 테고 전자는 그럴 수가 없을 테니까.
근데 성공은 뭘까? 성공의 기준도 너무 다양하고, 일단 내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노력이 완성품이라면 성공은 아마 사은품 정도가 아닐까?
앤디 워홀의 명언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쳐줄 것이다' 를 보고 한때 인터넷에서 똥을 싸면 유명해진다느니 박수를 치면 똥을 싼다느니 많은 농담이 유행했다. 그런데 보다보면 썩 틀린 말 같지는 않다. '일단 똥을 싸라, 그러면 사람들이 박수쳐줄 것이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일단 뭐라도 완성해보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왠지 어처구니 없지만 힘이 생긴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