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했고, 학부생활 내내 시를 썼다. 시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원래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하지만 재수생활동안 지켜본 바, 나의 소설은 구데기와 같으며 소설로는 절대 대학을 갈 수 없다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가 너무 좋아서 시를 쓴 게 아니었다. 나는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고 그게 시였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고 글을 썼다. 글을 쓸 때 찾아오는 영감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일하듯이 책을 읽고 시를 썼다. 글을 쓰게 된 이유와 글을 계속 쓰는 이유는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잘 해서 그런 건 아니다. 글은 유통기한이 없다. 내가 글을 계속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삼십 분 쓴 한 토막의 글이 삼십 년동안 읽힐 수도 있다. 정성을 들이고 부지런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나는 사람들에 관심에 심드렁한 편이고,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도 없다. 근데 죽어서도 재미를 주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그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술 대신 글을 사는 사람에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주고 싶다. 취한 채 무심코 뱉어버린 고백처럼 조금 미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