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형적인 것에 대한 집착이 있다.
연애할 때는 어떤 실수를 하면 안 되고, 친구끼리는 어떻게 행동하면 안 되고, 결혼하면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한다는 것들.
나는 전형적인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연애를 할 때 보편적으로 하면 안 된다는 실수를 피해왔지만 여전히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됐고, 친구에게 아무리 애써도 늘 다정한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상식'이라는 말을 들먹거리며 남에 대해 함부로 판단했다. 상식적으로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상식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그걸 믿어도 되는 걸까?
전형적인 것은 전형적인 것이다. 가부장제나 이성애나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정답이 아닌 것처럼. 친한 언니가 '느낌대로 살면 되고 느낌대로 하면 된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언니의 그 말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좀 특이해도 내 기분이 만족스러우면 됐지, 뭐. 느낌이라는 단어 참 좋다. 엉킨 머리카락처럼 머리 안에 가득한 끼어있는 잡생각을 치워주는 단어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