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왔어?
재입사 소문이 퍼졌는지 전 직장 동료들에게 하나 둘 연락이 왔다. 한 동료는 근황토크를 나누다가 물었다.
"음.. 근데 왜? 대체 왜?"
퇴사하면서 내가 하도 발랄하게 "앗싸 난 탈출~~ 너넨 잘 있어라~~ㅋㅋㅋㅋ"라면서 나갔기 때문에 '왜 돌아온거야?'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돈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뻔해서 말았다.
"많이 달라졌다길래 정말 달라진 줄 알고 착각했어.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잖아. ㅋㅋㅋㅋㅋ"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동안 나가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많았고 반가운 얼굴도 많았다. 특히 보름달이 뜰때마다 달을 향해 울듯이 ‘당장 때려칠거야'라고 말하던 샘은('어느 금요일' 출연) 아직도 건재했다.
"그거 알아? 샘 아직도 있다~? ㅋㅋㅋ"
위의 말이 나에게 근황을 전하는 동료들 사이에 유행어가 될 정도.
양반은 못되는 샘이 챗을 보냈다.
샘: "안녕! 엘렙! 진짜 반가워."
나: 샘! 너 아직 여기 있네 ㅋㅋㅋ"
샘: 어. ㅋㅋㅋㅋ 그리고 넌 돌아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어..ㅋㅋㅋ (눈물)
샘: 참! 지금 회의 하는데 들어와라~
나: 어? 지금? 갑자기?
'띵동~ 초대되었습니다'
옷도 대충 입고 머리도 안 감았는데, 화장도 안 했는데... 샘, 이노무 인간이..
에라, 모르겠다.
상의만 갈아입고 부리나케 캠 앞에 앉았다.
'짜잔~'
"...안녕"
"...안녕"
음소거를 켜고 한명 한명 돌아가며 말을 해야 하는 화상회의 특성상, 느리고 띄엄띄엄한 환영이 이어졌다.
"열정적인 환영 너무 감사합니다. 재입사가 아직 잘 한짓인지 긴가민가 했는데 이제 감이 옵니다.”
"하하하핳하"
이렇게 입사날은 우리집 방 구석에서 지나갔다.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각 담당자가 세계 각국에 퍼져 있어 코로나 이전에도 신입사원을 위한 온보딩(오리엔테이션)이 면대면과 화상미팅을 혼합해 이루어졌었다.
한국 대기업에서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2-3주에 걸쳐 모든 신입사원을 한 공간에 몰아넣고 하는 오리엔테이션과는 많이 달라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었다.
코로나 이후 온보딩은 모두 화상미팅과 동영상으로 진행됐다. 온보딩 동영상을 보기 위해 보안된 계정으로 접속해 보안 코드를 입력하는 과정은 마치 007 작전 수행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M의 지령대신 회사로고가 대문짝만한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나와 "안뇽하세요~!" 하는 순간 현실로 돌아오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