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공식적인 입사일 오전 8:45분, 신나는(?) 마음으로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접속 불가'
회사 이메일도...'보안상의 이유로 접속 불가'
당장 인사담당자와 지원팀에 연락을 했다. 12초 만에 답장이 왔다.
"오 빠른데?"
00~00까지 휴가 중이오니...
알아보니 코로나 이후 여러 시스템들이 한꺼번에 변경 중이라 등록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 다 코로나 때문이구나.
첫 이틀까지는 신났다.
“오예~! 이게 바로 진정한 월급 루팡이지~!!”
혼자 9시부터 재택 오피스(식탁)로 출근해 노트북을 켜고 대기하고 확인하기를 반복. 일주일이 흐르자 이젠 불안했다.
이전 직장에서 비슷한 문제로 인해 아무 일 없이 놀던 분을 봤을 때는 마냥 부러웠는데. 막상 닥치자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좌불안석이었다.
사장이 월급루팡이라고 하면 어쩌지?
(사장은 너 몰라)
어서 일도 적응해야 되는데
이 일중독 한국인 DNA로 인해 번아웃을 호되게 당했던 나는 바로 보호 기재를 켰다.
10명 중 7명은 나한테 관심 없다. 관심 없다…
그래그래, 다들 자기들 살기 바쁜데
그리고 내 잘못도 아닌걸?
이 순간을 즐기자..
진짜 일이 시작되면 이 순간이 그리울 거야…
즐기는 거야…
한 백번 이야기하다 보니 마침내 이 상태에 다다랐다.
매니저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해. 연결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한마디 했다.
"노 프라 블름."
미국인 매니저는 말했다.
"어차피 네 잘못도 아닌데 그냥 놀아~"
응,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놀아야지~와 신난다아아아
(아.. 근데.. 찝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