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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Jun 27. 2022

월급날, 퇴사 선언

월급이 들어왔다. (오예!)

인사팀 매니저에게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 침착을 되찾았다.

 (눈물은 애써 참는 듯했다. 괜찮아, 이해한다.)


사람 구하기 어려운 시기이므로 바로 이어서 말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파트타임이건 단기 계약이건 서포트 할테니 알려주세요."
"아, 그럼 너무 좋을 거 같긴 한데... 근데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 고용법상 안될거에요, 아마."


,  입장에서야 아쉬울  없으니 알겠다고 했고 매니저는 담담히 다음 절차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한 달은 인수인계하기에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기에 나도 회사도 서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



예전에 비하면 훨씬 가볍게 일을 하고 있었다.

감투는 최대한 사양하고, 튀는 것도 자제, 책임은 최대한 분사시켜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일했더니 스트레스는 반으로 줄고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있었다. (이전까지 나는 정반대 스타일이었다.)


'내 거'라는 주인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애초에 회사 거에 주인의식이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 오긴 했었다.) 알고 있는 지식은 기꺼이 적극적으로 다른 팀원들이나 주니어 동료들에게 퍼주었다.


그래서 첫날부터 몰두한 것이 프로젝트 교육자료 만드는 것과 주니어 팀원들에게 '비법 전수'였다.



앞뒤로  막힌  매니저가 왔을 때는 

' 막힘을 뚫어보리라'하는 도전의식을 불태우기보다는  혈압이 터지기 직전이 되면 '에라 모르겠다'하고 가볍게 넘어 갔다.


그랬더니  매니저.

입을 열면 사하라 사막 같던 회의 분위기가 슬금슬금 풀어지고 급기야 매니저는 회의 내내 방실방실 웃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 같다)



목숨 걸지 말고 일하면  할만하다

전전긍긍하지 않으니 동료가 경쟁상대에서 친구가 되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짜증 내고 변덕스러운 상사 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래, 너도 얼마나 힘들겠냐.
맡고 있는 프로젝트도 수십 개고,
말 안 듣는 팀원들도 있고,
위에선 쪼고...
그래그래.'



그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진작 이렇게 살았어야 했다. 일하는게 너무 즐거웠다.

1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며 드는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사랑하는 월급을
당분간 못 만날테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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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이미지:Photo by Kind and Curiou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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