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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Aug 10. 2020

모성애, 먹는 거야?
































결혼 후 1년은 신혼을 즐기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허니문 베이비로 바로 임신을 하게 되고 그 후 폭풍 입덧과 각종 해괴한 신체변화 옵션들로 임신이 기쁠 겨를이 없었다. 매일매일 힘겹게 임신기간을 생존하고 있을 뿐이었고 나 빼고 남들만 나의 임신을 행복해하는 기분이었다. 


당사자인 나는 입덧이 줄면 그게 그냥 기쁘고, 여기저기 붓고 아프면 싫고 그랬다. 사람들이 축하인사를 건넬 때도, 임신하니까 좋지? 아이 낳으면 또 얼마나 예쁜데~라고 해도 좋은지, 기쁜지 모르겠을뿐더러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임신'은 날 괴롭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솔직한 심정을 얘기하면 다들 에이 이것 또한 금방 지나가~라며 가볍게 넘어가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모성애 부족'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나 역시도 임신에 대한 나의 태도와 심경이 당황스럽기만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임신하면 호르몬 때문에라도 모성애가 마법처럼 '뿅'하고 생기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담은커녕, TV에서 남들이 태담 하는 걸 보기만 해도 소름이 쫘악 돋을 정도로 민망함과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 혼자 있을 때조차 속으로라도 할 수가 없었다.  


볼 때마다 찡- 할 줄 알았던 초음파 사진도 단순히 신기할 뿐이었다. (심지어 가방에 넣어놓고 잊은 채로 계속 있었다.) 배가 나오면 좀 실감 나려나 했지만 막상 배가 불러오니 하루 종일 배가 빵빵하고 더부룩해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기보다는 마치 소화불량에 걸린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폭풍 태동이 시작되었는데 배에 진동 오듯이 부르르르 떨리는 것은 알고 보니 아기가 뱃속에서 소화기능을 연습하기 위해 양수를 삼키고 소변을 보는 중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재밌고 신기했다가 원인을 알고 나서는 감동보다는 비위가 먼저 상하는 철없던 나.


고민 중에 모성애를 주제로 한 프라임 다큐를 보았는데 모성애가 임신한다고 뿅~ 출산하자마자 뿅~ 이렇게 생기는 게 아니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이 쌓이듯 소복소복 쌓여가는 게 모성애, 부성애라고. 처음엔 아기가 낯설 수도 있고, 힘들기 때문에 간혹 미울 수도 있으며 이것 조차 익숙해지기 전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도 했다.


항상 모성애는 위대하다. 는 식으로 쇠놰되어 속으로 '나만 이런가' 하고 모성애가 없는 것에 대해 죄의식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사회가 쇠놰해 넣은 것이 맞다고 한다. 솔직히 임신 중에는 실감이 안나다 못해 태동마저 영화 '에일리언'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냥 내 몸 안에 다른 생명이 있다는 이질감까지 들었기에 주변 반응에 더욱 주늑 들어있었다.


그. 러. 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아이를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들끓는 모성애가 주체가 안되고 있으니 혹여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분들은 죄의식과 걱정은 다 던져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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