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포만감

[어떤 날은 밥보다 말이 더 달콤했다]

by 달그림자





밥보다 마음이 먼저 차오르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숟가락보다 말이 더 따뜻했다

눈빛 하나가 먼저 건네지고 천천히 씹어 삼킨 침묵 한 모금이 속을 부드럽게 데우곤 했다


허기졌던 것은 배가 아니라 마음 그 허기를 알아채 준 것은 언제나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식탁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늘어진 시간과 식은 국 자리를 메우는 조용한 그릇들만 남는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위해 차린 밥이 아니라 하루를 겨우 견디기 위해 삼킨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속이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정갈한 반찬 몇 가지뿐인 아주 평범한 식사였지만 “잘 지냈어?”라는 한마디가 그날의 허기를 단숨에 잠재운다 그건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존재를 안아주는 일에 가까웠다


배는 불렀지만 마음이 비어 있던 날

반대로 마음이 가득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부족해도 그저 괜찮았던 날들


그제야 조금씩 알게 된다 포만감은 꼭 음식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 정서적 포만감 그것은 밥상 위에 조용히 놓인 다정함 말없이 함께 앉아 있는 자세 다 먹은 그릇을 함께 씻는 손끝에서 스며온다


채우려 하기보다 머물러 주려는 마음


나는 여전히 하루에 몇 끼를 먹고 자주 혼자 밥을 차리며

가끔은 누군가와 마주 앉는다 그리고 그런 순간마다 속이 찼는지보다 마음이 비지 않았는지를 살핀다


우리는 모두 먹고 살아가지만

어쩌면 가끔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숟가락을 들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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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