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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한 Mar 15. 2022

소통과 협업의 '트라이앵글'

일상속의 '살아있는 거버넌스', 소통과 협업으로 청년정책을 디자인하다

  제품은 시장과 멀어지면 실패한다. 정책은 현장과 멀어지면 실패한다. 디자인 단계부터 사용자가 참여한 제품은 성공한다. 디자인 단계부터 수요자가 참여한 정책은 성공한다. 청년정책에서 청년은 수요자이자 주체적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2017년 5월, 대구 청년들은 '청년이 주체가 되는 참여의 도시'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출범('15.5.16) 한지 2년이 지난 '대구시 청년위원회'와 대구청년센터('16.7.20)를 기반으로 한 청년정책 연구모임 ‘청년 ON’ 등 여러 형태로 청년들이 스스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년정책에 담고자 활동하고 있었다. 청년정책은 청년인지적(認知的)관점에서 ‘청년의 삶이 바뀌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청년을 주체로 세우는 일이 우선이었다.


  첫 출근한 지 사흘뒤인 5월 18일, 청년위원회와 함께 경북대 축제기간에 홍보활동을 하였다. 목이 쉬도록 '청년 대구'를 외치는 청년도 있었고,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퇴근하고 넥타이를 맨 채로 달려온 청년들도 있었다. 이 청년들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달렸다. 캠퍼스 홍보를 마치고 막걸리도 한 잔 함께 마셨지만, 청년들의 진지한 고민과 토론, 청년들의 열정에 취했다. 

<대구시 청년위원회의 '찾아가는 소통창구', 2017.5.18>

  매주 수요일 아침, 청년위원회 대표, 청년센터, 청년정책과 3개 주체의 10여 명이 모여서 '고민의 접점'을 공감하기 시작했다. ‘트라이앵글(triangle) 모임’이다. 세모꼴의 트라이앵글을 쇠막대로 밑변을 치면 투명한 소리가 두드러지듯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청년정책의 3대 주체인 청년, 민간, 지자체가 모여서 일상의 삶 속에서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를 끄집어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책과제를 토론하였다. '트라이앵글 모임'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민(民), 청(靑), 관(官)의 수평적 협력구조인 협치(協治), 즉 '거버넌스(governance)'이다. 무엇보다 '트라이앵글 모임'은  일상속의 '살아있는 거버넌스'였다.

  “과장님, 이제 소통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일상속의 거버넌스, '트라이앵글 모임'이 100번을 울렸다.

  ‘트라이앵글 모임’이 100회 정도 지속되던 어느 날 함께 한 청년이 웃으면서 한 말이다. 작은 모임이지만, ‘트라이앵글 모임’은 민·청·관이 소통과 협업에 의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주춧돌이자 신뢰자본이 되었다. 매주 가졌던 '트라이앵글' 정기모임은  2018년 사업구상을 위해 유관기관 전문가까지 참여한 '청년정책 솔루션 디자인 워크숍'으로 이어졌다. 또한 청년들이 주도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지자체가 지원하는 '청년정책 솔루션 디자인' 공모사업 추진으로 청년 스스로 조사·분석, 토론·제안 등을 통해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하였다.     

<청년정책 솔루션 디자인 워크샵(2017.6.7)>

  청년의 삶이 바뀌는 청년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시청에 들어올 때, 청년보다 오히려 공무원과의 소통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필자가 민간에서 정책기획과 지역혁신관련 일을 오랫동안 했던 사람이라, 시청에 들어가서 토론하고 집단학습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거나, 협업을 자주 강조하면 공무원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고 거북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구시는 2016년 2월에 대구시 내부의 청년정책 소통과 협업을 위한 ‘청년정책 TF’를 구성하고, T/F 단장인 행정부시장을 중심으로 17개의 관련 부서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부서 간 협업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은 갖추어져 있었다.   


  청년정책은 좌(민간), 우(지자체)의 큰 두 날개를 펼쳐서 민(民)과 관(官)의 협업을 통해 온몸으로 날아오를 때 비로소 ‘청년희망 대구’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민간에는 대구청년센터가 청년활동거점으로서 역할을 시작했지만, 지역대학, 지역기업, 유관기관 및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지역사회의 연대와 협업이 요구되었다. 그동안의 ‘대구시 청년위원회’, ‘트라이앵글 모임’, ‘청년정책TF’의 운영경험과 신뢰를 토대로 2018년 4월 ‘민‧청‧관 협업TF’를 구성하였고, 5개 분과(창업, 일자리, 소통‧생활안정, 문화예술, 대학협력) 총 82명이 참여하였다. '청년의 삶이 바뀌는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빅(Big) 트라이앵글'이다. 분과별 회의를 통한 대구시 청년정책 실행과제 제안과 검토를 통해서 '대구형 청년보장제'를 마련('18.9.11 청년공감원탁회의 개최)하고, '청년희망공동체 대구'를 추진('19.8.29 공감토크 개최)하는 구심체 역할을 하였다. 이는 훗날 청년을 중심으로 민과 관이 협력하여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청년희망공동체 대구’를 선포('19.12.19)하는 사회적 협약 체결로 이어졌다.     

  어려운 일을 도모할 때엔 쉬운 것에서 시작하고
큰일도 미세한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圖難(도난) 於其易(어기이) 爲大(위대) 於其細(어기세)

天下難事(천하난사) 必作於易(필작어이)

天下大事(천하대사) 必作於細(필작어세).     

어려운 일을 도모할 땐 쉬운 것으로부터 하고

큰 것을 만들 땐 미세한 것으로부터 시작하나니

세상 어려운 일도 반드시 쉬운 데서 만들어지고

세상 큰일도 미세한 것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변화는 소통에서 시작한다!

소통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나 자신부터 변화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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