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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한 Mar 15. 2022

창조도시와 청년정책

소셜다이닝 모임이 도시를 깨우고, 청년정책을 태동시키는 에너지가 흘렀다.

  “오늘 같이 훌륭하고 신선한 자리 마련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정말 근래에 최고의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처음엔 답답하고 외부와 소통이 잘 안 되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3년째 살면서 정말 다양한 문화기획이 진행되고 있는걸
오늘 한번 다시 느꼈습니다. 대구의 멋진 모습 기대되네요.” 

  2015년 4월 15일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모임'에 참여한 청년이 메일로 보내온 감사와 응원의 편지다. 당시에 필자는 (재)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에서 근무하면서 겸직하고 있었던 '포럼 창조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무국장으로 참석하였다.

  2015년 봄, 대구에 기분 좋은 도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도시의 다양성, 혁신 정체성, 창조적 활동을 제고하고, 창의적 인재가 모이는 살기 좋은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3월 9일 ‘포럼 창조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을 출범하였다. 창조도시 조성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이다. 개방형 연계와 융합, 소셜 네트워크 구축, 활발한 소통과 학습, 변화 창조자 발굴과 육성에 전략적으로 활동을 집중하였다. 먼저 도시의 구체적인 변화를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프로그램을 열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계층과 연령이 도란도란 식사하며 이야기하는 소셜다이닝 모임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포럼 창조도시의 소셜다이닝 모임으로 개최된 '대구 청년허브 준비 모임' 2015년 4월 15일>

  5월 16일 대구시 청년위원회 출범식에 다녀왔다. 청년들이 이제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로 나섰다. 이제 시작이다. 어루만져야 할 상처도 있고, 다독거려야 할 시련도 있고, 가슴으로 소통할 이야기들도 많을 것이다.      

<대구광역시 청년위원회 출범식, 2015년 5월 16일>

  9월 19일 주말 오후, 창조도시 기획모임인 ‘포커스 그룹(Focus Group)’에 참여하고 있는 대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을 찾았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무기는 스펙이 아니라 노동법입니다.”라는 한 청년의 말이 현실과 정책의 간극을 관통하는 화살로 날아왔다. 인턴에서 사장까지 되는 과정에 노동현실을 반영한 ‘보드게임’을 청년들과 함께 했다. 웃으면서 했지만, 보드게임도 현실처럼 인턴에서 대리되고, 정규직 되기가 참 너무 힘들었다.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거리 노동상담과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소셜다이닝’과 ‘포커스 그룹’으로 청년들이 모일 수 있었고,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고, 기획할 수 있었다. 청년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도시의 사회관계망과 정책으로 이어졌다. 청년 클래식 축제, 청년 통 ‘경청’, 청년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마을, 대학 동네에서 커뮤니티+디자인, 대구 청년 공간 조성방안, 대구 청년영화제, 레드 라이트를 켜라! 대구시 청년들의 활기찬 움직임이 도시를 깨우고 있었고, 청년들을 도시의 변화의 주체로 세우고 있었다. 청년정책을 태동시키는 에너지가 흘렀다.


  2016년 만화를 그리는 청년들을 만났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제대로 된 작업실 하나 없이 지하실 등 열악한 공간을 맴돌았다. 작품이 소위 뜰 때까지 ‘각자도생’이었다. 5월 23일 대구 남구 앞산인근의 '모임(Moim) 레스토랑'에서 이색 모임이 열렸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된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원작자인 헤츨링(본명 김양수) 작가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들의 만남으로 진행됐다. 포럼 창조도시의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공지된 소셜다이닝 모임 일정을 보고, 30여 명이 참석했다. 평소 밥값 한번 내기 어려운 형편인지라 웹툰 작가들의 모임은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러 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나서 반갑고 놀라워했다. 대부분 작가들이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정보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데, 모임에 나와서 웹툰계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하다고도 했다. 특히 대구시 관계자가 동석해 웹툰 활성화 정책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을 보니 힘이 난다고 하였다.(출처: 영남일보, 2016.6.3.)     

<포럼창조도시의 소셜다이닝으로 진행된 웹툰청년들의 모임, 2016년 5월 23일>

  2018년 봄. 소셜다이닝 모임에 참여했었던 만화가 청년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소셜다이닝 모임 이후에 대구작가들에게도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생겨서 감사합니다." 연이어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5월에는 대구시 문화콘텐츠과와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공모사업인 '2018년 지역 웹툰 캠퍼스 조성 및 운영사업'의 신규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웹툰 창작공간이면서 시민과 기성작가들을 위한 웹툰 체험, 교육, 컨설팅 등 웹툰 산업 육성 거점기관인 '대구 웹툰 캠퍼스'는 2019년 6월 18일 대구 수성구 소재 경일대 대구교육관에 오픈했다. 1층은 일반인과 입주 작가를 위한 웹툰전시 및 체험공간이며, 4~5층은 작가와 기업 입주실, 8층은 이론 및 실습 교육실, 사무실, 휴게실로 구성돼 있다. 최근 캠퍼스에 입주할 작가와 기업을 모집해 20명의 웹툰 작가와 기업이 입주를 마쳤다.     


  포럼 창조도시를 운영하면서 창조도시 석학인 찰스 랜드리의 ‘아스팔트 통화’가 떠올랐다. 모든 정책의 원가를 아스팔트에 맞추어 해석해 보자라는 것이다.  “한 지역의 분위기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는 일은 단지 아스팔트 300미터, 그리고 청소년 프로젝트는 30미터에 해당하는 수준에 그칠지 모른다.” 
  대구의 하드웨어 도시 인프라 구축 투자 수준은 결코 여타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프트 인프라와 도시의 변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연대는 아직 취약하다. 무분별한 아스팔트를 100미터만 줄여도, 우리는 이렇게 청년과 시민의 꿈을 키우는 소셜다이닝 모임을 100개는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청년들은 자신의 꿈이 실현되는 도시를 찾아서 이동할 것이다.


# 출처
1. 변화를 꿈꾸며… 대구에도 ‘소셜 다이닝’모임 바람, 영남일보, 20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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