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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는개


S# 00 강의실 (밤)


______노랑, 책상 앞에 문학 교재를 꺼내놓고 있고

______나, 수업일지 작성 중이다

______마치고 부산히 정돈하며 노랑과 인사하는.


_______오늘 그림은 잘 그리고 왔어?

노랑______네. 오늘은 대회 준비하느라고

_________(휴대폰 꺼내며) 이거를...

_________ (카톡 사진 전송) 여기요

________오, 멋있다!

_________저번에 보여준 그림도 멋있었는데

_________이건 더 좋은데?


_____칭찬에 기분 좋은 노랑, 해맑게 웃으며

_____나를 향해 묻는다.


노랑______쌤은요?

_________오늘 합평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_______(시무룩) 응 했지. 엄청 까였어.

노랑______(의아) 아니 왜요?

_________전 시간에 쌤 작품 보여주신 거

_________진짜 재밌었는데?


_____무슨 소리인가 싶어 돌아보는 나,

_____그런 나의 눈앞으로 인쇄 프린트 흔드는 노랑


노랑_______쌤이 이걸로 수업해 주셨잖아요!

_________(자신의 작품에 얼굴 빨개지는) 헐!

노랑_______이걸로 극 장르 개념어 다 외웠지요~ ㅎㅎ

___________장면 변환 문제도 이제 안 틀려요!

__________(부끄) ...교과서 작품보다야 시대가 같으니

___________훨씬 이해가 잘 될 수밖에 없는 걸 아니까

__________할 수 없이 수업자료로 쓴 거지...

노랑_______근데 진짜 재밌었어요!

___________이거 2부작이라고 하셨잖아요.

___________(해맑) 2편도 보여주시면 안 돼요?!

__________(단-호) 안 돼.

노랑________아, 왜요오~

___________저한테는 맨날 보여달라고 그러시면서!


_____노랑의 말에 미쳐 대답 못하는 나.

_____우물쭈물하며 꼼지락대다가 누그러져 말한다


_________안 돼, 못 써서

노랑________아, 진짜 왜요오오오~

_________소재 신선한 거에 비해 구성이...

__________ 너무 떨어져서 (어쩌고 저쩌고)....

노랑_______혼났어요? 쌤?

_________뭐 비슷해.

노랑_______(얼굴 찌풀) 알져알져 우씨.

___________저도 원근감이 너무 떨어진다고 혼났어요....

_________(같이 찌풀) 아니 왜! 잘만 그렸고만!

노랑_______(표정 따라 하는) 아니 왜! 재미만 있었는데!

_________(노랑 보며)?

노랑_______(엥?)??

________ ?????????

노랑_______왜요오~

_________(눈치 보며) 진짜 재미있었어?

노랑_______(눈 땡글) 그럼요!

_________(못 믿어 더 작은 소리... 힘없다) 정말?

노랑_______(진심으로 분개하며 외치는) 진짜!

___________존나 재밌었.... 앗(재빨리 입 막는)

_________(노랑 너무 귀여운) 수업합시다

___________(웃음) 책 펴요.









나는 강사다.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입시강사.

많은 이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리고 동시에


드라마를 배우며

선생님을 부르는 학생이다.


드라마 작법 수업을 들으며

많은 순간,

꽤 자주 생각했다.


대체 왜 나는 이렇게 공부가 어려운가.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생업이 끝나면 작품을 쓰고 아침이 오기 직전에 잠드는 일상은 계속 됐지만 글 실력이 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갔다.


드라마도 내신등급이나 모의고사 등급처럼 소수점까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뭐는 고칠 거고 뭐는 살려둘 건지 가늠이라도 해볼 텐데.


하필 쓰고 싶어 하는 드라마 장르가 사극이라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읽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사람도 두루두루 부족하다.


수업시간에 작품에 대해 합평을 하지만 선생님께는 혼만 나고,

읽어달라는 부탁을 해서 겨우 받는 학우들의 피드백은 두루뭉술한 말들 뿐이다.


그런 나날들을 여러 해 보내며 나는

배워 익히고 알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쉽게 가르치려 노력하기 시작했고,

쉽게 가르치려 교수법을 수집하고 연구했다.


나의 학생들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에게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게 어느새 큰 목표가 되었다.

쉬운 선생님이 되겠다고. 나를 선생으로 부르고 있는 학생들에게.

나처럼 묻지 못해 고뇌하지 않고, 모르면 망설이지 않고 얼마든지 물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해 못 하면 될 때까지 끝까지 설명해 주고, 이해가 안 되서 외우는 일이 없도록.

외우지 않고 직접 쓰게 만들어 주게 하겠다고.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너희들은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 학생들의 이름은 에피소드에 따라 부여된 가명입니다

* 각 에피소드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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