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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 여행자 May 04. 2019

4화_ 틈새 여행을 준비하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워크어웨이, 그 빈틈을 메꾸기 위한 준비.

기대했던 워크어웨이와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원래는 일과 후 남은 시간을 활용해 호스트 마을 구석구석을 탐험하려 했죠.

비록 관광지로 이름 난 곳은 아니지만, 현지 문화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까닭입니다.

또 여유가 있으면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이웃 마을에도 갈 수 있을 테니까요.

상업화되지 않은,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는, 그 어떤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는, 

그런 숨은 모습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올빼미형 인간인 는 아침 일찍부터 생활하는 것에 몹시 게을렀어요.

오전 열 시쯤 되어서 겨우 일어났고, 일과를 끝내면 시곗바늘은 이미 오후 3~4시를 가리켰죠.

문제는  게으름과 달리 스위스의 겨울밤은 부지런하다 못해 아주 성급했다는 것입니다.

오후 네 시만 되어도 하늘에 어둠이 차근차근 깔리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일과를 마치고 기대했던 짧은 여행은 늘 미루어지기 마련이었고, 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


결국 기상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해가 짧은 겨울 여행에서 늦잠이라니, 배부른 소리였죠.

일찍 일어나는 만큼 더 긴 햇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하지만 분명한 해결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인은 기상 시간이 아니었나 봅니다.

겨울은 특유의 흐릿함을 가지고 있었어요. 화창한 하늘은커녕 태양 자체를 보기 힘들었고, 잿빛 하늘은 산책하러 가야겠다는 마음을 없애버렸거든요.


태양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가끔 한낮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졌어요. 우중충한 비구름이 언제 있었냐는 듯 하늘은 여름 바다 위의 하늘처럼 새파랬죠.


이렇게 축복받은 날씨 속에서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은 오히려 죄책감이 듭니다. 그냥 집어치웠어요.

기막힌 날씨가 펼쳐질 때마다 는 루이스에게 

잠깐 산책해도 되겠냐고, 청소는 오후에 다시 하겠다고 부탁했습니다.


슈타인암라인의 마을 정경. 중간에 라인강이 흐르고 있다.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공짜 숙식과 개인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어요.

평일에는 아무리 길어봤자 두 시간 정도 산책할 수 있었고, 이웃 마을은커녕 현재 지내고 있는 마을을 둘러보기조차 빠듯했. 게다가 날씨도 흐리멍덩. 화창한 날에 돌아다닐 맛이 나지, 춥고 우중충한 겨울 날씨 속에서는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게 더 좋았습니다. 낮이 상식 밖으로 짧아져 예상치 못한 문제가 된 거죠.


이제 남은 건 주말

이때 어디라도 가지 않는 다면, 는 스위스 2주 여행에서 슈타인암라인에만 있다 가는 꼴이었습니다. 

외딴 현지 마을도 좋지만, 이왕 여행하는 김에 유명한 관광지에도 방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호스트와 함께 지내는 여행은 한 곳에 정착하는 거잖아요.

'한 달에 한 도시 살기'라는 테마랑 비슷한 거죠.

그런데 그렇게 눌러앉아 살다 보면, 유랑 생활이 그립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고, 쇼핑하고 싶고, 관광명소나 맛집에도 가고 싶고요.


그럴 때면 주말을 활용해서 다녀오면 됩니다.

아니면 호스트를 만나기 전이나 만나 후에 즐기셔도 돼요.


이를 테면, 

유랑 생활 (1주) → 정착 생활 + 주말 근교 여행 (2주) → 유랑 생활 (2주) → 또 다른 정착 (보름)

이런 식으로요.   


저는 주말여행으로 루체른(Luzern)을 꼽았습니다.

스위스 하면 알프스 산맥.

알프스 산맥 하면 루체른이었죠.


루이스에게 부탁하여 금요일 하루 더 휴가를 얻어 

2박 3일 근교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나는 분명 여행 중인데,

그 속에서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다니.


여행 속 여행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요.



TIP 

- 호스트에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당당히 요구하세요. 예를 들어, 일하는 시간을 조금 더 융통적으로 바꾸고 싶다던가, 음식의 양을 늘려달라던가, 하루 더 휴가를 얻는다던가. 

저는 공동체 생활에서 무슨 어리광이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망설였지만, 제 할 일만 다한다면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습니다.

- 주말여행 때문에 관광지 근처에 호스트를 구할 필요는 없어요. 딱히 주변에 유명한 곳이 없더라고 그냥 가보세요. 그곳 주민들만 알고 있는 숨은 명소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그런 곳도 관광지만큼 새로운 자극을 주었어요.

(어쩌면 기대를 안 하고 가서 그런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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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세로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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