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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 여행자 May 10. 2019

마지막화_ 스위스에 식구가 생기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 힘든 곳


"Yoon. 너는 이제 언제든지 우리 집에 와도 돼."

제가 떠나기 직전 루이스가 말했습니다. 언제든지 찾아와 신세 져도 좋다는 작별인사였죠.


약속했던 2주가 금세 지나가버렸습니다.

스위스에 식구가 생기고 안식처가 생겼네요.


추운 겨울밤 벽난로에 어떻게 불을 지피는지, 나무토막은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음식 재료와 청소도구는 어디에 두었는지, 화장실 수도꼭지는 어떻게 잠가야 물 한 방울 안 새어 나오게 할 수 있는지.


루이스네 집에서만 써먹을 수 있는 이 작은 요령이, 이제는 평생 추억 속에만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크는 자신이 그린 그림엽서를, 루이스는 맥가이버칼을 선물로 챙겨주었다.

온화한 루이스처럼 집안 곳곳에는 남편 요크가 그린 꽃 그림이 많았어요. 캔버스 액자에 화려하게 그려진 꽃을 보며, 제가 가정집에 지내는 것인지 아니면 아름다운 갤러리에 지내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죠.


저는 요크를 볼 때마다 그림이 정말 예쁘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는 이를 기억했나 봅니다. 제가 떠나는 날 자신이 그린 그림이 인쇄된 수많은 엽서를 챙겨 주었거든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그림엽서.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제목, 그린 날짜 그리고 요크의 이름이 순서대로 적혀있습니다.

그림의 주인을 아는 일은 꽤 신나는 일입니다.

그저 멈춰있는 그림이 아니라, 그 속 함께 나눈 추억이 살아 움직이니까요.




떠나는 날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명절 때 내려간 고향을 떠날 때처럼, 두 손은 무겁고 마음은 울적합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났고, 밥을 나눠 먹고, 술잔을 기울이고, 함께 웃고 떠들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있는 문화였어요.

그저 사진으로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하며 공감했습니다.


떠나는 날 마음이 무겁습니다.

다시 만날 줄도 모르는데,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일이 썩 내키지는 않네요.

루이스, 요크, 세바스티안.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

좋은 호스트를 만나면 상상치도 못한 일이 펼쳐집니다.

이런 외딴곳까지 와서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이야! 하고 감탄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 만나는 여행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헤어지는 순간이죠.


다시 돌아올 가능성? 

현실적으로 희박합니다.


그 까닭에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이제 이탈리아로 넘어갑니다.

새로운 호스트가 기다리고 있고,

새로운 만남으로 지난 이별을 달래려고 합니다.


이탈리아 호스트에 대한 힌트를 드리자면,

성당입니다!



혹시 질문이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 댓글로 남겨주세요.

낮은 자세로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스타그램: yoon_istraveling

이메일: yoonistravel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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