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만 아니라 제가 글루바인(Glühwein: 따뜻한 와인)을 좋아하는 걸 알고, 한국에서 만들어 먹으라며 주재료인 시나몬 스틱까지 함께 챙겨주었어요. 시나몬 스틱은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동네 마트에는 없었으니-라고 언젠가 흘려 말했었는데, 루이스가 기억해두었나 봅니다.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했어요. 저는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아무런 선물을 사지 않았거든요. 오직 줄 수 있는 건 한국에서 가져온 한지 위에 붓 펜으로 쓴 그들의 한글 이름과 뒷면에 적은 짧은 편지뿐이었습니다.
깜짝 선물을 받고 보니 초라하기 짝이 없는 제 선물. 이건 마치 불공정 거래라고 해야 할까요. 결국, 가장 자신 있는 노래,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을 직접 불러주었습니다. 뜬금없는 노래 선물이었지만 고마운 마음은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요. 노랫말은 결코 아니지만요.
아무쪼록 제 평생 최고의 크리스마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상상도 못 했어요.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바쁠 때라며 호스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들은 적 있었거든요. 비유하자면 설 명절 때 외국인이 한국인 호스트를 구하는 것 아니겠어요? 다들 고향에 간다고, 일가친척을 만난다고, 혹은 여행을 떠난다고 정신없잖아요.
용케도 호스트를 만났습니다.
어느 스위스 가정에서 진짜 나무를 베어 두고는 촛불을 붙여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죠.
시간이 지나 감각이 무뎌진다 해도 이 기억만큼은 제 마음속에 영원히 타오를 것입니다.
TIP
- 고마운 외국인을 만났다면 그들의 한글 이름 써주는 거 정말 추천드립니다. 솔직히 우리들한테는 별 것도 아닌 일이 잖아요? 이름이 무엇이냐고 거듭 물어보면서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도 쉽고요.
또, 막상 외국인 이름을 발음하기 어색해요. 이상한 발음에 외국인 친구는 웃고, 저도 웃고 그런 거죠. 이름 자체를 써주는 것도 감동적이지만, 그 이름 하나로 잠시나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게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