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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태준 Dec 14. 2021

왜 할머니는 맥주 마시고 춤추면 안 되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노인다움이 없는 '우야다 스튜디오'

나이가 드는 일은 막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우야다 스튜디오(@uyada.studio)가 그리는 노인의 모습은 유쾌하고 개성이 넘친다. 그래서 내 모습처럼 다가온다. 제목의 괄호 안에 자기 이름을 넣기에 충분하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나’니까.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출발해 이제는 귀여운 디테일과 함께 노인을 그리는 '우야다 스튜디오'에게 나이듦이란 어떤 존재일까. 


[Anti-anti aging] (우야다 스튜디오)답게 늙기 (EDITOR 차영우 DESIGNER 최정현)

 <FREEDOM> ©우야다 스튜디오

-<FREEDOM>을 그릴 수 있는 작가는 솔직하고 용감한 성격일 거라고 예상했어요. 실제로도 가감없이 표현하는 편이세요?

속과 밖이 다르지 않아서 마음을 감추지 못하겠어요. 한 번은 속내를 표현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는데 언젠가는 결국 터져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으로 변해서 나빠지기 전에 담백하게 이야기 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해야 저도 해소가 되고 상대방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그리기 시작한 초반에는 실제로 본 것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노인들의 모습에 관심이 좀 있으셨어요?

20대 초반에 여행을 가서 자유로운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토플리스(TOPLESS, 상의 탈의) 차림으로 자유롭게 있는 할머니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까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 저렇게 늙을 수도 있구나.


-점점 휴양지에서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면 점점 캐릭터가 성격을 찾는 것 같아요. <요요할매>같은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노인다움이 없잖아요. 해맑고 즐거워요.

지금 그리는 노인 캐릭터는 ‘왜?’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내가 왜 해변에서 브라를 벗고 있을 수 없지? 왜 할머니는 맥주 마시고 춤추면 안 되지? 왜 아이처럼 요요도 할 수도 있지. 그런 생각을 하면 캐릭터가 할만한 헤어 스타일, 태도, 옷 등이 생각나요. 대신 그 캐릭터가 전형적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귀여운 디테일을 추가해요.


<요요할매>  ©우야다 스튜디오

-나이든 모습이 “막연해서 두려웠”기 때문에 우야다 할매/할배를 그리기 시작하셨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이제는 좀 덜 무서워지셨나요? 저는 작가님 그림을보면서 “일흔 살이 되도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면 학생 때처럼 욕을 섞어가며 대화하겠구나" 싶었어요.

이제는 안 무서워요. 늙는다고 해서 제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부터 내가 하루하루 잘 살아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 막연한 희망이 생겼어요. 그 전까지는 나이 든다고 하면 상실이나 쇠퇴같은 부정적인 변화만 바라봤잖아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잖아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건강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도 운동을 하고 있어요.


-앞서 인터뷰했던 권은주 감독님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계세요. 그래서 근육이 안 빠지는 몸을 만들기 위해 러닝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체조 선수였던 노인 분이 점프를 했다가 중심을 제대로 잡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기량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게 멋있었어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표정을 따라해야 잘 그릴 수 있는데, 그렇게 자기 일에 몰두했던 분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인생이 있거든요.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잖아요.

표정을 따라하면 그 표정을 짓는 사람들의 기분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최대한 상상을 해보는 거죠. 이 분은 삶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아, 이분은 건강한 마음을 가지신 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의 경험치가 쌓인 분들을 그릴 때 상상할 수 있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어리고 싱그러운 분들의 표정에서는 잘 안 느껴져요.


-맞아요. 시간이 지나야만 생기는 자신만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잖아요. 이향란 배우님은 확실히 여유가 느껴졌어요. “얼굴이 두꺼워졌다”라고 하셨는데 그 특유의 배짱이 있었다고 느껴졌거든요.

저도 나이가 들면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잖아요. 인생의 경험이 적으니까 스스로를 의심도 많이 하죠. 20대에는 무엇을하든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녹는다고 해야 할까요? 안 되는 게 있나. 해보고 아님 말지.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나의 가능성을 더 키워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드는 일이 장점같아요.


<여기공>  ©우야다 스튜디오

-최근에는 SNS에서 아줌마 히어로 이야기 읽었어요. 사람들이 아줌마에게 도움을 받은 경험담을 올렸거든요. 오지랖 같아도 위기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모습이 좋았어요. 일단 도와주고 봐야지, 어떻게 해.

어른들과 대화하면 그 분들은 이제 솔직해요 “내가 이렇게 생겼는데 어떡하겠어. 불편했으면 미안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더 귀엽지 않나요?


-사실 나이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나이가 든다고 모두 쇠퇴하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요즘은 젊은 꼰대라고 하잖아요. 나이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봐야겠죠.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소소시장에 참가했을 때였어요. <어쩌다 황금기> 팝업북 이전 작업들을 가지고 나갔어요. 제 또래나 40대 분들까지는 좋아해주셨어요. 그런데 그 윗 세대 분들은 ‘말이 안된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한국은 전쟁도 겪었고, 산업화도 빠르게 하다보니 세대간의 차이가 큰 걸 이해할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 분이 오셔서 그림과 설명을 보시더니 “이렇게 늙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이미 안 될 거라는 확신이 깔린 태도였어요. 그래서 “이렇게 늙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했어요. 나와 다른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해야 쇠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 세대는 다채로운 나이듦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으로서 책임이 있다면 이제는 외국처럼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롤모델이 되어줘야하는 거 아닐까요?

한 번은 제 그림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들었어요. 그런데 꼭 나이 들면 인생의 고초가 느껴져야 하나요? 앞선 세대는 한국의 굵직한 격변기를 지나오셨죠. 그러다보니 나이든 모습에 대해 미리 생각할 여유가 없었잖아요. 하지만 우리 세대는 다양하게 나이 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달리는 할머니, 서핑하는 할머니, 목수 할머니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더 잘 늙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얼큰한 여름밤> ©우야다 스튜디오

-결국 사회적인 시선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밴쿠버에 머물 때 그런 인상을 받았어요. 바닷가 도시니까 도심에서 비키니를 입고 지나가도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없었어요. 타인의 자유를 인정하고, 다양한 모습을 포용하는 문화를 처음 피부로 느꼈어요.

저는 호주 퍼스 근처에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에서 그런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작은 섬인데 자연보호 때문에 전기 버스 한 대만 다녀요. 그 외에는 도보와 자전거로만 다녀야 해요.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그 위에 옷을 하나 걸친 다음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해변가에 다다르면 마음껏 수영을 해요. 수영을마치면 물기를 툭툭 털고서 다시 옷을 걸치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을 마저 가요. 자유로운 모습이었어요.


-밴쿠버에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옆에 누드비치가 하나 있어요. 겨울에는 그냥 다들 가서 책을 읽고 여름에는 누드비치거든요. 귀국 하기 전에 용기를 내서, 다른 사람들처럼 다 벗고 바다에 들어갔다 나왔거든요. 짧은 순간이었는데 자유로웠어요. 특별하지만 또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저도 누드비치에 가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두렵긴 해요. 아시안 여성인 것도 머뭇거리게 하고 제가 호기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있죠. 그래서혼자 가기는 힘들고 나중에 친구와 함께 같이 가보고 싶어요. 혼자 여행을 하다가 불쑥 가기에는 두려웠어요.


-한국에서라면 어떨까. 절대 못 갈 것 같거든요.

저는 다른 이유보다 카메라 때문에 못 갈 것 같아요. 불법촬영이 너무 많잖아요.


-제가 놓친 부분이네요. 저는 오히려 아는 사람들을 만날까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게 시간 보다는 한 지역에서 쌓이는 관계가 만드는 굴레같기도 해요. 여행을 가면 모두 초면이라서 자유로운 기분도 느끼거든요.

저는 정해진 일정이 없을 때 자유롭다고 느꼈어요. 어머니랑 한 번은 스위스에 갔는데 산 중턱에 있는 온천에 가는 일정이 하이라이트였어요. 그런데 갑자기어머니가 온천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 거에요. 짐을 다 챙겼는데 말이에요. 하는 수 없이 유람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정박지 중에 호수와 수영장이 연결된곳이 있었어요.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보였어요. 그래서 어머니랑 같이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내려서 수영하고, 백조들이랑 같이 걷고 그랬어요. 그게 자유인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걸 바로 할 수 있는 것. 나이가 들수록 배짱이 생기니까 생각난 걸 곧바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얼굴이 두꺼워지니까”요.

젊었을 때 해야하는 일이 너무 많은 걸까요? 네 나이가 몇인데 결혼은 왜 안 하냐. 취업은 언제 하냐. 나이에 따라 정해진 게 많은 것 같아요. 조금 다르게 살 수도 있는 거지.


<코테슬로 할매_언제나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우야다 스튜디오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그림도 궁금해요.

재미있는 그림이 좋아요. 재치가 있는 그림이요.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님이 두 분 있거든요. 최진영 작가님(@jychoioioi)은 치명적이에요. 치명적으로 귀엽고 치명적으로 ‘병맛’이고 치명적으로 웃긴 그림들을 많이 그려요. 그리고 윤예지 작가님(@seeouterspace).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대단하고, 닮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그림이 꽉 찼는데 그 안에서도 재치가 있고 귀여운데다가 구성이 알차요.


-우야다 할매와 할배도 재치있고 귀엽잖아요. 작가님이 나이듦을 무섭지 않게 만들기도 했죠. 작가님이 계속 작업을 할 수 있게 힘이 되어주는 건 무엇일까요?

내 그림을 누가 사가는 일이죠. 말 보다도 구체적인 소비로 이어지는 행복보다 명확한 건 없어요. 그리고 출판사나 영향력 있는 분들이 그림에 관심을 가져줄때요. 사람들이 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 내가 이런 작업을 하길 잘 했다는 확신이 들어요.


<별 거 아닌 행복>  ©우야다 스튜디오

ILLUSTRATION 우야다 스튜디오 

(본문 중 인터뷰어의 코멘트는 개인의 생각일 뿐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닙니다)


뷰티 스타트업 '디밀'은 "고객의 아름다움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비전에 맞춰, 코스메틱 커머스에 이어 '라이프스타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표현으로 옮겨낸 디밀의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 캠페인은 'Good aging(Anti anti aging)'입니다.

차영우 에디터가 지금의 시간에 누구보다 충실하고 행복한 세 분의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전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 권은주 감독님, 65세에 커리어를 시작한 배우 이향란님, 그리고 '우리 세대의 나이듦'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우야다님 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나이가 드는 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오히려 내일을 기대하는 시니어의 삶에 대해 말씀 주셨어요. 앞으로 저희와 함께 뷰티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실까요? 


다섯 번째 아티클은 한없이 상대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의 기원인 두려움을 부서뜨리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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