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인 영역에 공포를 파는 세상
지금 우리는 물건만 찍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당장 인스타그램에서 ‘#먹스타그램’을 검색해 보면 음식을 담은 그릇 사진이 나온다. ‘오늘의 집’에서는 “랜선 집들이”를 하는데 집 안의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의 영상과 사진만 나오기도 한다. 인터넷 상거래(E-COMMERCE)에는 제품 사진이 판매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간혹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물건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1595년 카라바조(M.M. CARAVAGE)가 ‘광주리의 과일’을 발표하기 전까지 물건이주연인 이미지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Anti-anti aging] 공포를 팝니다 (EDITOR 차영우 PHOTOGRAPHY 셔터스톡)
카라바조가 그린 정물화는 이탈리아를 넘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는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 화가들이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그려서 팔았다. 교회나 귀족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그림을 사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화가들 역시 후원자가 아니라 화상(畵商)을 통해그림을 거래했다. 지금 우리가 갤러리, 경매소, 아트페어 등에서 그림을 사고 파는 것과 매우 유사한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 중에서 정물화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품목이었다. 부엌에 걸기 좋았으며, 예쁘게 그려진 물건을 보면서 그 물건들을 집 안에 두는 것과 비슷한 만족감을 느꼈다. 이는 조선시대 책가도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예쁜 그림을 집에 걸어두는 것은 17세기 네덜란드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던 칼뱅주의프로테스탄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근면, 성실, 절약을 강조하며 세속적 가치를 지양할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물화는 세속적 가치를 지향하는 장르였다. 정물화는 갖고 싶지만 종교를 저버릴 수 없었던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선호하게 된다. 금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예쁜 그림이기 때문이다.
‘바니타스’의 어원은 라틴어 바누스(Vanus)로 “공허하다”는 뜻이다. 또한 전도서의 구절에서 온 말로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atum omnia vanitas)”이다. 죽음은 인간에게 모두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추구하는 부와 명예등 세속적 가치가 모두 헛된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런 맥락에서 바니타스 정물화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바로크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은 죽음을 우아한 것으로 상징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인식했다. 몽테뉴는 “유년기가 죽으면 청년기가 오고, 청년기가 죽으면노년기가 오고, 어제가 죽으면 오늘이 오고 오늘이 죽으면 내일이 온다”고 했다. 이처럼 당시 유럽인들은 시간이 흘러 노화를 맞이하고, 죽음을 맞는 것을 음울한 것이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시의 회화나 문학 작품에는 해골, 피와 같은 죽음과 연관된 상징들이 자주 나타났다. 그 중에서 바니타스 정물화는 더 명확한 규칙이 있었다.
바니타스 회화에는 각 물건이 상징하는 것들이 있다. 학문과 예술(펜, 책, 악기 등), 세속적 쾌락(담배, 술, 음식), 부귀영화(은식기, 보석), 죽음(해골, 불 붙은양초, 시계, 꽃) 등이다. 초기에는 해골, 양초 등을 정면에서 정확하게 묘사하여 단조롭게 화면을 구성했다. 그러나 점차 바니타스 정물화가 유행하고 발달하면서 화가들은 더 다양한 물건들을 배치함으로써 화면 안에서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해골을 그린 그림을 집에 걸어두는 것은 기괴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로크 시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바니타스 정물화를 보면서 지금 삶에 감사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가치를 크게 느꼈다. 덤으로 바니타스 정물화 자체에 그려져 있는 화려한 화면 구성은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조형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종교적 의미, 생활 속 규율, 관람하는 즐거움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작품이었던 셈이다.
바니타스 정물화 그리고 메멘토 모리를 주제로 잡고 있는 회화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경고였다. 건강과 육체는 영원하지 않으며,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이다. 섬뜩하지만 죽음과 시간의 흐름을 곁에 둔 사람들은 나에게 주어진 하루들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매일 떠올렸다.
그들은 곧 썩을 것 같은 생선과 굴이 그려진 그림, 껍질을 까서 곧 말라버릴 과일, 시들어가고 있는 꽃과 그것들을 담고 있는 화려한 식기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삶에 더욱 큰 동기를 얻었다.
예술과 뷰티 모두 ‘아름다운 조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상대적이라 그 기준이 영원하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름이 없는 피부, 뾰루지가 하나도 없는 얼굴, 여드름이 없는 몸과 같은 것들이다. 결국 이상적인 형태에서 벗어났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 고민이 생긴다. 그렇다면 그 두려움은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곧 부패해서 파리가 꼬일 것 같은 어패류, 마르고 시들어갈 식물들을 그린 회화를 보면서 삶의 기준을 새롭게 만들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화장대를 보며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본 아티클은 개인의 생각일 뿐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닙니다)
참고도서
E.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 백승길, 이종숭 옮김, 예경, 2009.
H.W. 잰슨 & A.F. 잰슨, 『서양미술사(History of Art for Young People』, 최기득 옮김, 정점식 감수, 미진사, 2013.
뷰티 스타트업 '디밀'은 "고객의 아름다움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비전에 맞춰, 코스메틱 커머스에 이어 '라이프스타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표현으로 옮겨낸 디밀의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 캠페인은 'Good aging(Anti anti aging)'입니다.
차영우 에디터가 지금의 시간에 누구보다 충실하고 행복한 세 분의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전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 권은주 감독님, 65세에 커리어를 시작한 배우 이향란님, 그리고 '우리 세대의 나이듦'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우야다님 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나이가 드는 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오히려 내일을 기대하는 시니어의 삶에 대해 말씀 주셨어요. 앞으로 저희와 함께 뷰티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실까요?
여섯 번째 아티클은 우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개성을 발휘하고, 항상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