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Aug 31. 2018

12화. 중문 색달해변과 사계리 해안

문화예술창고 몬딱

#1. 중문 색달해변 봉사활동


올여름 제주는 유난히 뜨거웠다. 게다가 여름 끝자락에 몰아닥친 강력한 태풍 솔릭은 서귀포 일대에 큰 피해를 주고 지나갔다. 다행히도 내가 거주하는 ‘문화예술창고 몬딱’은 별 피해가 없었다.


“작가님, 급합니다만, 내일 중문 색달해수욕장에 봉사활동 오실 수 있나요?“

“태풍으로 해변에 올라온 해초류 제거 작업입니다.”


금요일 오후에 서귀포시시청 자원봉사센터에서 걸려 온 전화다. 나는 ‘문화예술창고 몬딱’을 만드는 과정에서 알게 되어 가깝게 지내는 이들이 여럿 있다. 얼마 전에 그들과 함께 각자의 재능을 나누어 지역사회에 보람 있는 일을 해 보자는 뜻으로 ‘재능나눔 봉사단’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몬딱나누미’이다.



‘몬딱나누미’의 슬로건은 즐거울 락(樂), 도울 비(毘), 함께 공(共)이다. 럭비공처럼 통통 튀며 즐겁게 재능을 나누고 서로 도와 가며 함께 제주를 살아가자는 뜻이다. 매월 1~2회 토요일에 봉사활동을 하기로 하였다. 내친김에 서귀포시 자원봉사센터에도 등록을 마쳤다.  

  


이번 주 갤러리트럭 전시는 태풍 때문에 주중에 못 하고 토요일에 산방산 쪽에서 진행하기로 계획을 잡아 두었다. 일정이 겹치기는 하지만, 색달해변 봉사활동 시간이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니, 봉사활동에 바로 이어 갤러리트럭 전시를 진행하면 될 듯하다.    


“승환, 내일 색달해수욕장에 들러 자원봉사를 하고, 오후 4시부터 갤러리트럭 전시를 하자!”  


승환과 나는 토요일 오후 1시에 색달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몬딱나누미’ 이미라 님도 오전 근무를 마치고 합류했다. 서귀포 지역의 다른 봉사단도 모여들어서 일손이 금방 늘어난다. 서귀포의 대표적 관광지인 색달해수욕장은 막바지 여름, 태풍이 막 휩쓸고 간 자리에도 많은 사람이 바다를 즐기고 있다.  


일은 비교적 수월했다. 태풍이 백사장에 흩뿌려 놓은 해초류를 거두어 마대에 담는 작업이다. 여전히 뜨거운 날씨이지만, 많은 일손이 함께하고 굴삭기까지 동원되니 금세 작업이 끝난다. 몸은 땀으로 범벅이지만, 마음은 즐겁다.


이곳은 서귀포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나는 2017년 1월, 어느 겨울 아침에 이곳에서 처음으로 바다 사진을 찍었다. 그때, 여름이면 나도 한번 선글라스를 끼고 백사장에 폼 잡고 누워 보리라 했었다. 그런데 올여름 마대에 폼 나게(?) 걸터앉아 봉사활동 기념사진을 찍는다. 해변은 다시 깨끗해졌다.




#2. 산방산 조망이 좋은 사계리


승환과 나는 ‘문화예술창고 몬딱’으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갤러리트럭을 끌고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로 출발하였다. 사계리 해안도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이번 태풍을 겪어 보니 제주의 바다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사계 마을이 있는 해변도 서귀포의 유명 관광지이다. 앞바다에 형제섬이 떠 있고, 뒤로 산방산이 우뚝 서 있으며, 동편으로는 하멜 상선의 표착지로 알려진 용머리해안이, 서편으로는 송악산이 자리하고 있다. 연중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자, 나도 사진 작업차 자주 다니는 곳이다.

김민수/스마트폰 사진/ LG  V30 전문가 모드
김민수/스마트폰 사진/ LG  V30 전문가 모드
김민수/스마트폰 사진/ LG  V30 전문가 모드


사계리 포구 동편으로 가면, 스마트폰으로 산방산 배경 사진을 찍기에 아주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다. 산방산이 알맞은 크기로 프레임에 들어가는데, 이끼 낀 바위와 산을 넘어가는 구름에 파도를 함께 찍으면 좋다. 누구든지 스마트폰으로도 예술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우리는 갤러리트럭을 이곳 주차장에 세워 전시를 시작했다. 하지만 태풍 탓인지 주말인데도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다.


오늘따라 산방산을 지나가는 구름이 퍽 아름답다. 같은 장소이지만 매번 다른 풍광을 보여주는 자연의 오묘함이 그지없다. 이때 한 사람이 다가와 내게 인사를 한다. 알고 보니 예전에 형제섬에 배를 타고 들어가 같이 사진 작업을 했던 지역 사진가다.    



“작가님, 이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 좀 알려 주세요.”    


스마트폰 카메라에 전문 기능이 있으면 좀 알려 달라는 것이다. 마침 기종도 내가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그에게 스마트폰 카메라의 전문가 모드를 잠시 소개해 주고는 산방산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김민수/스마트폰 사진/ LG  V30 전문가 모드


그는 갤러리트럭도 꼼꼼히 살펴보고, 문화예술창고 몬딱도 찾아오겠다고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해가 질 무렵에 먹구름이 일어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급기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바탕 소나기가 내릴 듯하다.


“승환, 철수하자!”


우리는 재빨리 전시 액자를 떼어 낸다. 갤러리트럭은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 대중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상 조건에 바로 영향을 받는 단점도 있다. 오늘도 많은 일이 있었던 날이다. 제주살이를 하면서 부쩍 느끼는 것인데, 하루하루가 매일 다르게 펼쳐지는 드라마 같다.


다음 연재)


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문화예술창고 몬딱
매거진의 이전글 11화: 석양이 아름다운 제주 차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