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히 Sep 21. 2024

결혼이야기

결혼의 변명

"나랑 결혼해 줄래!"


무릎을 꿇은 채 진지한 표정의 남자는 반짝이는 반지를 들어 결혼을 청하고 그를 지켜보는 여자는 환한 미소로 대답하며 하나가 된다.


결혼 전 프러포즈는 낭만이 아닌 필수조건의  결혼  의무사항이란다. 오붓한 둘만의 장소부터 사람 북적이는 대로변이 공연장 무대까지 장소불 필수 이벤트다. 


부케를 던지는 세리머니까지는 했던 세대다. 불편하기 짝이 없거창한 궁중한복을 입고 폐백이란 이름으로 시부모와 남편 집안 가족들에게 여러 번의 절을 했던 기억도 아득하다.

키워주신 감사의 절차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폐백에 친정부모님은 안 계셨다. 시부모에 대한 첫인사의 의미인 폐백이 결혼식의 전통이었지만 친정부모가 함께 할지는 지방마다 다른 문화이거나 시부모 될 집안의 선택이란다. 시대가 바뀌며 폐백은 생략하는 풍습이 되고 있다신부부모의 차별도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결혼식에 활짝 웃는 신부는 딸을 낳는다는 속담이 무색했던 때부터 만세 삼창의 신랑과 주례 없이 신랑신부가 함께 입장하는 결혼식까지 천태만상의 시대가 되었다. 결혼이 시대가 정한 의무라 믿으며 부모가 선택한 필연이라 하기에 긴 세월이었다.


전혀 다른 두 인격이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큰 인내와 배려가 필요한가를 알았다면 나는 결혼할 수 있었을까. 


'결혼은 선택이고 자신만을 위한 온전한 삶도 멋진 결정일수 있을 거'라 말하며 두 아들에게 결혼의 자유를 했던 엄마였다. 아들이 결혼에 무관심하다며 조바심 내는 남편에게도 늘 한소리 해왔다.


"인간이 어떻게 관습대로만 살겠어. 시대가 바뀌는데 애들의 의견을 존중합시다. 결혼은 의무가 아닌 각자의 결정으로"


독립된 인격인 자식의 삶에 객관적인 엄마자신했. 그런데 흐르는 세월이 이유가 되었을까. TV예능 속 남의 손주들을 보며  아들의 결혼을 기다리 내가 느닷없다. 


해도, 안 해도 후회라는 일생일대의 결정에서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선택  결혼. 연애는 일상이고 결혼은 부담되는 시대에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던 내가 세대의 단절에 불안 해진 것일까. 


 생각 변화와 상관없이 아들은 자신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을 이해한다지만 정작 결혼을 선택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부모 자식관계 소중한 가치를 알지만 젊은 그들은 스스로에 몰두한 삶이 최고인 세대가 되었다.


이십 대의 내가 그랬듯 두 아들의 결혼거부 이유가 같은 듯 다르다. 그들에게 공감하지만 또 다른 입장이 된 나는 그때의 내 부모님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변하는 젊은 그들의 사고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생각은 만고불변 제자리인 걸까.


가을비가 넘치게 쏟아지는 주말이다. 적당함이 세상도 사람도 여유롭게 만드는 이치가 새삼스러운 아침이다.


부모의 자리는 어렵고 자식의 입장은 늘 한결같은 반복이 인생인가 싶은 오늘 가을이 오고 있나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