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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Nov 02. 2024

사랑을 심으며

감사로 가득했던 날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의 주말 <Planting Love> 사랑심기란 후원회가 주관하는 자선의 밤 모임에 다녀왔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와 후원회가 함께 주최한 이번 행사는 '장애아동. 청소년 교육과 장애인 재활을 위한 자선의 밤'이 공식 명칭이었다.


씨튼 수녀회 C수녀님과는 운명 같은 인연으로 30여 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20대 초반이었던 그녀와는 띠동갑 나이차의 대학원 동기로 만났다. 알고 보니 우리는 초중고등학교 선후배였고 그 후 직장동료와 언니 동생의 연을 나눈 세상에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총명하고 활달한 후배가 수녀라는 힘든 길을 선택하는 과정을 함께 하며 30여 년을 걸어왔으니 말이다. 세월 동안 우리 격은 수많은 사연은 둘만의 이야기로 쌓이며 지천명 이순의 여인들이 되었다.


매년 열린다는 자선 행사를 소개하는 그녀에게 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함께한 기회였다. 행사가 열리는 날 기대를 안고 서울로 향했다. 


차창 너머로 비추가을 햇살 속 운전은 즐거웠다. 함께 가기로 한 동생과 반갑게 만나 쏟아지는 수다로 안은 두 여자의 깔깔웃음이 넘쳐났다. 세 시간의 거리를 순식간에 도착한 행사장은 남산에 있었다. 가을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무르익은 10월 단풍나무들이 울창한 정원을 만들며 휘드러진 담쟁이덩굴이 깊어가는 계절쏟아내고 있었다. 


행사장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뜨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봉사복을 입은 수녀님들의 모습 속에서 C수녀님을 발견했고 우리는 서로 손을 잡으며 함박웃음으로 진한 반가움나누었다.


내 옆에 선 친동생과 세상이 맺어준 또 한 명의 동생 수녀님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세 사람은 예정된 만남 속 세 자매가 되어 서로를 바라봤다. 수녀복을 입은 그녀 환한 모습으로 안해 보였다. 말없이 내 옆에서 수녀님을 바라보는 동생  오래된 친구를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씨튼 수녀회 수녀님들을 차례로 소개받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수녀님들을 향해 그녀 보호자인 듯 "잘 부탁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나님이라는 최고의 보호자를 가진 수녀님을 뭔 부탁까지 하냐"는 동생말에 빵 터지며 세 여자는 박장대소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오프닝 연주의 성모학교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핸드연주를 위해 무대 위로 자리했다. 지도교사의 도움으로 무대 위 정해진 위치로 안내된 그들은 교사의 지휘로 아름다운 벨연주를 시작했다. 각자의 순서대로 손동작들이 이어지며 은은히 울리는 핸드벨 소리 눈을 감고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과 함께 가슴속 뜨거운 감동으로 끓어올랐다. 그들이 이루어내는 음악은 세상 그 어떤 연주에도 비교할 수 없는 이름다운 멜로디가 되어 우리 마음을 감싸주었다. 옆에 앉은 동생은 " 세상에, 감동 그 자체다. 진짜 너무 감사한 시간이다"를 연발하며 자신의 뭉클한 마음을 표현했다. 후원회장의 감사인사 뒤로 씨튼 수녀회 수녀님들의 합창무대가 이어졌다. 영화 '시스터 액터'속 발랄한 수녀님들과는 다르게 고운 음성의 잔잔한 노래 이어지는 수녀님들의 목소리는 우리 마음을 울리며 감동으로 퍼져갔다. 천상의 목소리인 듯 수녀님들의 노래가 한 편의 시가 되어 흘렀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이젠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그녀들이 부르는 바람의 노래는 세상 누구의 명언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바람으로  눈시울을 젖게 했다.


누군가를 돕고 후원하는 행위가 그들을 위한 베풂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돕는 손길을 통한 공유와 나눔은 가슴 따뜻한 인간의 본모습을 깨달으며 스스로를 이유가 아닐까. 세상 속 나와 그들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란 이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도움이 세상을 향한 커다란 긍정과 사랑의 메시지가 되길 기도했다. 하늘이 맺어준 클라라와의 인연이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며 세상 속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바랐다. 현재의 시간을 넘어 도움이 필요한 우리 주변을 향한 나눔을 계속하리라 다짐했다.


 '핸드벨 연주 때 눈물이 나오는 걸 꼭 참았다''내년엔 가족들과 함께 참석해 나도 후원으로 꼭 돕고 싶다'는 동생의 표정이 따뜻하게 빛났다. 힘든 준비의 시간을 보낸 수녀님과 감사의 인사를 뒤로 아쉬운 작별을 나누 발걸음을 돌렸다.  


행사장 앞 우거진 가을 나무 잎들이 한층 더 어진 모습이었다, 사랑을 심으러 온 내게 그들의 사랑이 내 가슴속에 깊이 심어져 기적 같은 사랑과 감사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 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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