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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비선생 Oct 10. 2024

인생맛 굴비(屈飛) 정식 #22

마음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기.

얼마 전에 제게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마음의 소리에 대해 이야기드려 봅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지하철 입구에서 앞서가는 초로의 노인분이 주머니에서 손을 빼면서 작은 소지품을 하나를 떨어 뜨렸습니다.

‘딸깍’ 하는 소리로 바닥에 떨어졌는데

’왜 모르실까?‘ 보았더니 귀에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를 열심히 듣고 계시더군요.


저에게는 중요한 물건이 아니었지만 그분께는 나름 중요한 물건인 거 같아 얼른 주워서 잰 거름으로 그분을 쫓아가서

‘톡톡’ 하며 인기척을 했습니다.


제가 웃으며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 했더니 “아이구” 하는 한마디와 함께 활짝 웃음으로 화답해 주셨습니다.


노인의 그 미소가 너무 환해서 몇 걸음 더 걷다가 뒤돌아 그분을 다시 보았더니,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걸어오시더라고요…. 저 역시 그 미소에 출근길이 덩달아 환해졌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며칠 전의 그 노신사처럼 귀에 이어폰이 끼어져 있어서 작지만 때때로 중요한 주위의 소리를 잘 못 듣고 자기 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때때로 우리에게는 아픔이나 공허함, 괴로움, 좌절감,  혼란스러움이란 이어폰이 귀에 꽂혀 있어서 주변의 작은 소리는 못 들은 채 길을 잃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얼마 전 제 주변에서 극단적인 삶의 마감을 하신 분은  귀에 아주 심한 이어폰이 있었는데 제가 미처 알아봐 주지 못하고 ’서너 걸음 뒤에서  발걸음에 맞추어 따라가 드리며, 작은 소리를 전달드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또 밀려듭니다.


저를 돌이켜 보자면  과거 어느 날의 저에겐 사업실패의 좌절감과 함께 경제적으로 너무 힘이 들고  은행이나 빚쟁이들에게 오는 수많은 전화에 언제부턴가 전화 거는 상대방이 싫은 게 아니라 울리는 벨소리가 싫어졌습니다.  그냥 오는 전화벨 소리에도 흠칫 흠칫 놀라는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넘는 지금까지 제 휴대폰은 무음 진동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휴대폰 벨소리 트라우마이고, 가끔은 공공장소에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에 흠칫하고 놀라 갑자기 날이 서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당시 저에게


이건 지나가는 길이고 과정이라고, 미래의 너는 다시 툭툭 털고 일어서는 일이 분명히 생길 것이니 지금 귀에 꽂혀있는 좌절감 이란 이어폰을 빼고 날것의 소리를, 주변의 마음소리를 들어보라고,


나도 망하고 한때 인생의 끝에 몰려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시간과 노력으로 이겨 낼 수 있다고,


자기를 한번 봐라, 수습은 이렇게 하고 재생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일러 주신 분이 있다면,


제 고난의 행군은 좀 더 짧게, 아니면 지금 오르고 있는 산의 정상에 몇 고개 더 높이 올라가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책 속에서 ’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고 했습니다.

물론 저도 제 어깨에 무겁디 무거운 짐을 메고 있고 재기를 위한 먼 길에서 안간힘을 쓰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건

혼자보다 둘이, 둘보다 셋이서 함께라면 빠르게 보다는 멀리 갈 수 있다고 늘 생각합니다.


친구,

오늘은 주위에 내 이어폰을 알아봐 줄 사람을 찾는 일과, 혹은 내 주변에 고통이라는 이어폰을 낀 채 방황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더 힘들어했는지, 남자친구가, 어머니가 툭하고 던진 한마디에 “나 지금

이어폰을 끼고 있어!! ” 하고 마음소리를 내고 있는지 돌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돌아봄과 살핌으로 주변에 고통의 이어폰을 빼 주는 일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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