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의 중요성에 대하여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태국에서 긴급하게 오퍼가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특정 제품을 지칭하여 태국, 말레이시아에 수입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코로나로 인해 한 장에 몇 백 원 안 하던 마스크 가격이 10배 이상 치솟았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서 마스크=현금이라는 말이 돌았고, 너도 나도 마스크 공장을 차리겠다고 하니 마스크를 만드는 기계설비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차량 안에서 마스크 오더나 수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정말 자주 보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는 분도 계셨고 아시겠지만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였습니다.
당시 저희 회사에 오퍼 들어온 제품은 ‘공간살균소독제’였습니다. 튜브 안에 적정량의 살균제가 들어 있으며 작은 튜브를 구부려 활성화시키면 특수 튜브 안에서 나오는 살균 물질이 코로나와 만나서 단백질로 되어있는 바이러스의 세포막을 파괴하여 사멸시키는 동작 이론이었습니다.
정부의 주요 당직자들이 코로나 대책 회의를 하면서 자기 옷에 하나씩 끼고 다닐 정도였으며, 심지어는 목걸이로 만들어 차고 다니던 분도 계셨습니다.
국내의 유명한 대학교 연구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사멸 시험 테스트까지 마쳤으니 그야말로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한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출의 길은 좀 다릅니다. 한국의 인증이 아니라 수입하려 하는 국가의 인증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태국은 태국의 인증기관이 있었으며,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인증기관이 있었으니 현지 국가 기관의 인증을 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공간살균소독제’라는 항목 카테고리가 없었던 것이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태국의 바이어는 로비를 통해서라도 이를 풀어보겠다고 꽤 큰 자금을 들여서 로비스트를 동원했지만 번번이 심사에서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국에서 시험 테스트를 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걸로는 안돼, 태국 내에서 공인할 수 있는 연구 실적을 가져와…였는데 당시 태국에는 공간살균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실험장비(챔버)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민간 연구기관에 보급 및 관리 자체가 원활치가 않았습니다.
구매하려는 거래처는 줄을 섰는데 하나같이 ‘인증받아서 공급해 주세요’였습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는 약간 인증을 비껴갔습니다. 시장의 반응이 워낙에 뜨거워서 정식 항목 카테고리의 인증이 아닌 일반소독제 정도의 간이 인증만 받고 바로 세일즈에 돌입했고 말레이의 바이어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전역의 전광판 광고까지 동원하고, 말레이에서 좀 유명하다는 인플루언서를 풀가동했습니다.
특히나 당시에 말레이시아는 페이스북 활동을 통한 개인 셀러들이 많았는데 이러한 개인 셀러들이 천여 명이 동시에 활동을 했습니다
이러한 개인 셀러를 포함해 약국체인, 드러그 스토어 체인 등 약 4500여 세일즈 네트워크가 단시간에 세팅되어 구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라는 팬데믹 속에서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니, 엄청나게 판매량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에 집의 방방마다, 줄을 달아 목에 걸기까지…
한국의 제품 개발회사는 저희가 발굴한 태국, 말레이 시장을 포함하여, 유럽을 포함해 북미까지 10여 개 국가와 거래하고 있었는데 말레이시아가 계약 3개월 만에 글로벌 세일즈 1위를 달성했습니다. 단 1/4분기 만에 매출을 200만 불(수출가 기준) 이상 달성했고 개수로는 70만 개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약간 뻥을 좀 섞어서 자고 일어나면 10만 개 오더 시트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판매 수수료만 3개월 만에 수억 원이 입금되었으니 드디어 날개를 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간의 채권자분들에게 한 분 한 분 연락해서 채무를 정리해 드렸고 이 분위기로 가면 연내에 모든 빚을 청산하고도 남아 충분한 사업 자금도 마련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연말까지의 포캐스트(매출예상)를 200만 개 더 제시해 주었으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이었는데 그해 4월부터 말레이시아 코로나 확산이 너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통에 정부에서 아예 이동금지(락다운) 조치를 내리게 된 후부터 백화점, 쇼핑몰이 아예 문을 닫고 말 그대로 세상(말레이시아)이 멈추고, 거기에 더해 이 제품에 반대하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살균소독제’이니 인체에도 위험할 수 있고 살균제의 독성 여부가 입증이 안 되었다는(자국 내에서) 점을 파고 들어가 의약분야 인플루언서들이 여론을 조성하니, 판매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입혀서 출시하기로 한 제품 역시 이 인증의 길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 기존에 수입한 물량에서 추가 오더를 내지 못했습니다.
최초 수출 협상이 시작되고 단 6개월 만에 글로버세일즈 TOP1을 찍어보고 말레이 정부의 락다운과 제대로 된 인증을 받지 않아 받게 된 여론의 묻매로 인해 판매실적이 멈추게 된 것까지 그야말로 하룻밤의 꿈처럼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와 비슷하게도 약 1년 반 전에 소화기를 같이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물은 것이 소방 ‘인증’이었습니다
형식승인, 요새 미디어에서 다루는 KC 인증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때 말레이시아에서 전 세계 TOP을 찍던 그 바이어가 이제는 다른 아이템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거의 다 온 듯, 거의 다 온듯하면서 막바지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의 영화를 다시 찍을 수 있을지,
말레이의 Bro에게 맡겨보려고 합니다.
Bro!!! 인증 꼭 받아야 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