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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걸 Oct 04. 2024

수영 입장권 끊어드릴까요?

수린이의 수영장에세이

언젠가부터인가 공영주차장에서 주차 후 주차비 결제 시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는 걸 알고는 카드를 꼭 가지고 다닌다. 다른 여러 곳에서도 이젠 카드결제만 받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카드가 든 지갑을 깜빡해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적이 있다. 내비게이션이 고속도로로 안내한 것이다. 그때 아찔한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운전이 무서워진다.

 주말 아침 자유수영을 하러 수영센터를 방문했다. 일요일은 강습반 학생도 일일입장 티켓을 구매해야 해서 구매처 앞에 줄을 섰다. 앞에 서 있던 학생이 안내원과 입장권 구매 안내를 받는데 학생이 곤란해 보였다.

"센터에선 카드결제 전면시행으로 현금결제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학생은 돌아서 걸어가며 전화를 하는 게 들렸다.

"엄마, 현금으로 일일입장권 구입이 안 된대요. 엄마 오실 수 있어요?"

나는 일일입장권을 구매하며 앞에서 기다리던 학생의 입장권도 함께 구매했다.

"학생, 이거 입장권이야. 이거 받고 수영 재미있게 하고 가."

"어머나, 감사합니다. 여기 현금드릴게요."

입장권이 2500원이었는데 안 받고 싶었지만 학생이 부담되지 않게 2천 원을 받았다.

"잔돈이 없어서 아줌마가 이천 원만 받을게."


그 이후 한 달쯤 뒤였을까?

수영강습을 마치고 강습반 언니 동생들과 함께 커피수다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커피수다에 빠져 누군가 우리 주위를 서성거리는지도 몰랐다. 갑자기 등 뒤에서 20대 초반이나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가까이 오더니

"입장권 한 장만 끊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하는 것이다.

수영동기들은 이 상황에 놀라서인지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난 그 여자분에게 다가가서 입장권 구입하러 가자고 손짓을 했다.

입장권을 끊으며

"혹시 학생이세요?"

"네, 태권도 전공학생인데 교수님이 살 빼라고 수영장에 보내셨어요. 카드결제만 되는 줄 모르고 와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겨우 용기 내서 말한 거랍니다."

"수영 열심히 해요."라고 웃으며 돌아서는데 학생이 계좌번호를 부탁했다. 어린 친구들의 확실한 돈거래를 좋게 생각하며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다시 강습반 수영동기들에게 다가가니 다들 "언닌, 대단해." 하면서 얘길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돕거나 우리 사회 전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마음속 깊은 곳에 항상 있는 걸 보면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처럼 생각 들지만 그렇진 않다.

남을 돕는 이유는 나의 작은 선처가 돌고 돌아 우리 부모님과 나의 자녀들이 어디선가 힘들 때 누군가의 따뜻한 선의를 받길 바라서이다. 난 참 못난 딸에 못난 엄마니깐.


아들 고등학생 시절 코로나로 등교를 못 한 시기도 있었지만 학교를 간 날 하교 후 저녁은 항상 편의점 라면이나 삼각김밥이었다. 그렇게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서인지 군대 가기 전까지 몸무게가 50kg을 넘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아들이 혹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저녁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몇 천 원이라도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본다면. 딸이 버스를 타야 하는데 교통카드가 없어 누군가 승차권을 끊어주길 바라며 주위를 서성인다면.


주위 어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냉정한 사회가 되지 않길 바라서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더욱 깊어진 이 마음이 기부와 행동으로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이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는 그날까지 나의 마음을 다하며 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누군가에 다가가 도와주세요라고 말할때 기꺼이 도움받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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