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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링크 Oct 05. 2023

지금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스타트업에서의 업무 비율

나의 직무는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의 디자이너는 다른 기업의 디자이너와 같이 브랜드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UI 디자인, UX 디자인 등 이런 식으로 전문적인 분야가 아닌 모든 디자인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인원이 부족하다면 원치 않는 디자인과 관련된 다른 업무들까지도 주어지게 된다. 기획에 대한 참여는 물론이고, 콘텐츠 기획, 마케팅 등과 같은 업무 플러스, 회사에 애정이 많아지면 회사 전략까지도 고려하는 불상사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 회사에서 어떠한 경험을 쌓을 것인가에 대한 목표와 나의 커리어에 대한 본질이 점점 잊히고 시간이 흘러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에 대한 착각


주 업무보다 다른 업무 량이 많아지면서 처음 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완벽주의자 성격이 강해서 인지 하나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대충 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처음 하는 일이 다 그렇듯, 어깨 너머 들은 말들은 있어도 직접 해보면 너무나 어렵고, 서툴다. '처음이라서 괜찮아',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생각이 한두 번, 이 일에 대한 욕심도 없어서 즐겁지도 않고, 시간은 너무 많이 들고, 잘 해내지 못했을 때의 나에 대한 실망감은 커진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이 그 모습으로 나를 평가할까 너무나 두렵기도 하다. 바쁜 것 같지만 삽질만 가득한 시간들이 쳇바퀴처럼 구르다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다른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다른 전문가들처럼 퍼포먼스를 낼 수 없을뿐더러 나는 왜 그렇게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나는 올라운더가 내 목표가 아닌데, 내 시간이 너무 아깝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업무를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업무비율 확인하기


일단 주 업무량과 부 업무량을 리스트화했다. 정말 자잘하고 빨리 끝낼 수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 주기적으로 하는 업무량으로 따졌다. 크게 디자인 업무와 비 디자인 업무로 나눴고, 디자인 업무에서도 핵심과 비핵심 업무를 나눴다. 최근에 핵심 업무가 거의 없어서 거의 80프로는 비핵심 디자인 업무와 부 업무량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이제 이 회사에서 나의 역할 바운더리를 재정의하고 그 바운더리에 들어오지 않은 업무들 중 내가 해도 되지 않는 업무들은 거절하기로 했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내 커리어에 대한 목표를 다시 정립하고, 이 회사에 온 이유가 뭐지? 혹시 그 목적이 바뀌었다면, 앞으로 나는 어떤 커리어를 바라는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정리했다. 정말 극 T 같지만 이 모든 정리 사항을 토대로 대표님과 면담은 필수고, 앞으로 대표와 회사가 어떤 점들에 대해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또 내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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